페로즈(이유섭) [194126] · MS 2007 (수정됨) · 쪽지

2016-12-11 16: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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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펑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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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내가 생각하는 ‘펑크’가 무엇인지 아는가? 정시판은 시작도 끝도 없는 거대한 힘이며, 더 커짐도 작아짐도 없이 청동처럼 단단한 고정된 크기의 힘이다. 이 힘은 고갈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할 뿐이다. 전체로서는 그 크기가 불변하며, 지출도 손실도 없고 증가도 수입도 없는 가계(家計) 운영이며, 자신의 경계인 ‘무(無)’에 둘러싸여 있고, 흐릿해지거나 허비되어 없어지거나 무한히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힘으로서 일정한 공간에 자리 잡고 있지만, 이 공간 어디에나 ‘빈’ 곳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시판은 도처에 가득 차 있는 힘이고 동시에 힘들과 그 파동이 엮어내는 놀이이며, 하나이자 동시에 ‘여럿’이다. 여기서는 쌓이고 저기서는 줄어들며, 스스로 휘몰아쳐 오고 스스로 휘몰아쳐 나가는 힘들의 바다이며, 영원히 변화하고 영원히 되돌아오며, 장구한 회귀(回歸)의 세월 속에서 밀물과 썰물처럼 여러 형태를 취한다. 가장 단순한 것으로부터 가장 복잡한 것으로 움직여 나아가고, 가장 고요하고 딱딱하고 차가운 것을 넘어 가장 뜨겁게 이글거리고 가장 사나우며 자기 자신에 가장 격렬히 저항하는 폭발이 되었다가, 그 다음엔 충만함으로부터 단순함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모순의 놀이로부터 다시 추합의 기쁨으로 되돌아오면서, 오랜 세월 동안 똑같은 궤도 위에서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영원히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포만도 권태도 피로도 알지 못하는 합격자로서의 자기 자신을 축복하는 세계. 이러한 나의 디오니소스적 세계는 영원한 자기창조와 영원한 자기파괴의 세계이자 이중적 관능의 비밀스러운 세계이고 선과 악 저편의 세계이며, 순환의 행복 이외에는 아무 목적도 갖지 않으며 원환(圓環)의 고리가 자기 자신에 대해 갖는 선한 의지 이외에는 어떤 의지도 없는 세계이다. 그대들은 이 세계의 이름을 알고 싶은가? 그 모든 수수께끼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얻고 싶은가? 그대들, 가장 깊숙이 숨어있는 자들, 가장 강하고 결코 놀라지 않는 자들, 한밤의 어둠 속에 있는 자들, 즉 수능을 망쳤지만 결코 여기서 포기할 수 없는 자들이여, 그대들 자신을 위해서도 한 줄기 빛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질러라.



-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선악을 넘어서' 의 주석 유고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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