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선택자를 위한 영화 추천...
세계사 선택한 분들은 공부 안 되고 힘들 때 아래의 영화들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 듯하여 간만에 장문의 뻘글 하나 써봅니다. 물론 세계사 선택자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들입니다.
1. 트로이(2004)
감독 : 볼프강 페터젠
출연 : 브래드 피트, 에릭 바나, 올랜도 블룸, 다이앤 크루거, 로즈 번 등
고대 지중해 문명에 대해 공부할 때 살짝 언급만 되고 넘어가는 수준인 트로이 전쟁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는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원래 트로이 전쟁 자체가 19세기 말 트로이 유적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신화의 영역이었죠) 허구를 배제하고 최대한 사실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2-1. 300(2006)
감독 : 잭 스나이더
출연 : 제라드 버틀러 등
2-2. 300 : 제국의 부활(2014)
감독 : 노암 머로
출연 : 에바 그린 등
너무나도 유명한 바로 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고대 그리스사에서 중요하게 배우는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요. 제라드 버틀러가 주연한 1편은 테르모필레 전투를, 에바 그린이 주연한 2편은 마라톤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재미면에서는 확실히 잭 스나이더가 직접 감독을 맡은 1편이 낫지만, 눈호강면에서는 2편이 압도적입니다. 에바 그린 누님의 혼신의 열연이 러닝타임 내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이 장면은 절대 이상한 장면이 아닙니다. 아케미네스 왕조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1세가 가장 총애했던 함대 지위관인 아르테미시아 1세가 그리스 아테네 함대의 지휘관인 테미스토클레스를 아군으로 회유하기 위해 담판을 벌이는 장면입니다. 역사적인 장면이니 공책 펴고 필기할 준비하고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3. 글래디에이터(2000)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러셀 크로우, 호아킨 피닉스 등
스콧옹의 명작이자 러셀 크로우의 출세작인 글래디에이터입니다. 로마 제정의 황금기였던 5현제 시대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사후의 시대를 다룬 작품입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빼어난 연출, 웅장한 영상미와 장엄한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이 합쳐진 시대극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명작이니 꼭 보시길 바랍니다.
4. 킹덤 오브 헤븐(2005)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올랜도 블룸,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제레미 아이언스, 에드워드 노튼 등
글래디에이터의 대성공으로 시대극 뽐뿌 오지게 받은 스콧옹이 이를 갈고 만든 영화입니다. 그러나 극장판과 감독판의 어마어마한 퀄리티 차이로 개봉 당시에는 평이 상당히 안 좋았던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죠. 극장판과 감독판의 러닝타임이 무려 1시간 가까이 납니다(사실상 다른 영화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죠). 감독판이 3시간 10분 정도로 시간의 압박이 빡센 편이지만 그래도 볼 거라면 꼭 감독판을 보시길 바랍니다.
서양 중세사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배우는 십자군 전쟁을 그린 영화입니다. 인강에서는 예루살렘을 탈환했던 1차 십자군과 라틴 제국을 세웠던 4차 십자군에 대해서 배우는데요. 영화는 1차 십자군 이후 예루살렘에 세워진 예루살렘 왕국과 이슬람 세력의 대립을 다루고 있습니다.
위에 쓰여있다시피 캐스팅이 엄청나게 화려한데요. 영화 자체의 재미도 탁월한 편이지만 명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니 즐겁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겁니다.
5. 로빈 후드(2010)
감독 : 리들리 스콧
출연 : 러셀 크로우, 케이트 불란쳇 등
3연속 스콧옹 영화네요. ㅎ 킹덤 오브 헤븐 이후 5년만에 스콧옹이 내놓은 시대극 로빈 후드입니다. 포스터의 자신만만한 카피와는 달리 평은 세 영화 중 가장 안 좋습니다. -_-;; 그래도 스콧옹이 만들었기 때문에 기본 이상은 합니다. 거장이 괜히 거장이 아니니까요.
글래디에이터 이후 10년만에 다시 러셀 크로우와 손을 잡았는데요. 당연하게도 러셀 크로우가 로빈 후드를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영화는 로빈 후드가 어떻게 의적이 되었는지 그 배경과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자심왕 리처드 1세 휘하에서 3차 십자군 전쟁에 참전했던 로빈 후드가 본국으로 되돌아온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죠. 인강에서 리처드 1세에 대해서는 안 배우지만 그 후임자에 대해서는 꽤 중요하게 배웁니다. 바로 존왕이죠. 존왕이 뭐 때문에 중요하게 배우죠? 네, 대헌장 때문이죠. 그런데 스콧옹은 발칙하게도 로빈 후드와 대헌장을 엮어버립니다. 존왕이 대헌장을 받아들이게 된 배경에 로빈 후드가 있었다는(심지어 대헌장의 초안을 작성한 사람이 로빈 후드의 아버지였고) 말도 안 되는 가정을 해버리죠.
인강에서 존왕과 대헌장을 배우고 외웠던 사람들이라면 깔깔대며 볼 수 있을 겁니다.
6. 잔 다르크(1999)
감독 : 뤽 베송
출연 : 밀라 요보비치 등
제목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었던 백년전쟁을 다룬 영화입니다. 제5원소 이후 뤽 베송과 밀라 요보비치가 다시 손잡고 만든 영화인데요(둘은 이 영화를 찍을 당시에 실제 부부였습니다). 뤽 베송 영화인만큼 기본 이상은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배드엔딩이므로(프랑스는 백년전쟁에서 승리하지만 잔 다르크는 그 전에 영국에 잡혀 마녀로 몰려 화형당해 죽죠) 잘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7.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2014)
감독 : 게리 쇼어
출연 : 루크 에반스, 도미닉 쿠퍼 등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성공으로 헐리우드의 메이저 제작사들은 저마다 자체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기 시도합니다. 워너브라더스는 DC와 손잡고 DCFU를 런칭했고, 폭스는 자사가 판권을 소유하고 있는 엑스맨을 리부트하고 유니버스로 확장시켜나갔죠. 이에 자극받은 유니버설이 우린 뭐 없나 하고 찾아보다가 만든 게 바로, 다크 유니버스입니다.
프랑켄슈타인, 반 헬싱, 미이라 등 자사에서 만들었던 안티 히어로물을 유니버스화해서 돈 좀 벌어보겠다는 속셈이었죠. 그 첫 작품이 바로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이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런데... 문제는 이 영화가 쫄딱 망해버렸다는 데 있어요. 재미는 그냥저냥 보통 수준인데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 그냥저냥 보통이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유니버설은 이 영화를 다크 유니버스에서 빼버리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절치부심해서 만든 다크 유니버스의 첫 작품이 바로 작년에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미이라입니다.
각설하고, 드라큘라 : 전설의 시작은 비록 흥행은 실패했지만 나름 볼 만한 작품입니다. 제가 드라큘라나 뱀파이어 소재를 특히 좋아해서 좋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ㅎ -_-;;
알다시피 드라큘라는 실존인물인 루마니아의 블라드 3세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인데요. 그래서 영화에서도 블라드 3세와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의 대립을 중심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함락한 정복군주 메흐메트 2세의 강력한 군대를 상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니 흡혈귀가 되어야 했다는 흥미로운 설정이죠.
8, 천알의 스캔들(2008)
감독 : 저스틴 채드윅
출연 : 스칼렛 요한슨, 나탈리 포트만, 에릭 바나 등
캐스팅이 엄청 화려한 이 영화는 영국 종교개혁의 주인공인 헨리 8세와 그의 화려한 여성편력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인강에서 배웠다시피 헨리 8세는 루터나 칼뱅처럼 뭐 대단한 명분과 신앙심으로 종교개혁을 한 게 아니죠. 형수이자 아내인 에스파냐 왕녀 캐서린과 이혼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앤 불린과 재혼하기 위해서 단행했던 것이 종교개혁이었습니다.
영화에서 바로 그 앤 불린으로 열연한 이가 나탈리 포트만이고, 스칼렛 요한슨은 앤 불린의 여동생인 메리 불린을 맡았는데요. 내용만 보자면 아침드라마 뺨치는 막장 치정극인데다 나탈리 포트만과 스칼렛 요한슨 미모 보는 맛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릅니다.
9. 레미제라블(2012)
감독 : 톰 후퍼
출연 :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의 최고봉이죠. 레미제라블은 오프닝에서부터 세계사 선택자를 설레게 하는데요.
세계사 선택자라면 왜 왕정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죠. ㅎ
배우들의 호연과 훌륭한 노래를 감상하면서 인강에서 배웠던 19세기 전반의 프랑스 혁명기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10.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 톰 행크스, 맷 데이먼 등
11. 진주만(2001)
감독 : 마이클 베이
출연 : 밴 에플릭, 조쉬 하트넷, 케이트 베킨세일 등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두 영화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진주만에서는 태평양 전쟁의 도화선이 된 진주만 공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데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야 전쟁 영화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명작이니 말하면 입 아프고, 진주만도 감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감독 특성상 최고의 볼거리를 자랑합니다.
다 쓰고 보니 서양사 관련한 영화로만 치우쳐 있는데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나중에 시간 나면 세계사 선택자를 위한 만화책이나 드라마 추천 리스트도 적어보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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