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글) 7월 언매 38번 문항이 이상하다
안녕하세요? 강교사입니다.
원래 7월 언매 분석글과 38번 문항의 미심쩍은 부분을 함께 지적하는 글을 올렸었는데, 아무래도 분석글이라고 하기엔 그냥 해설만 제시한 것 같아 너무 조잡하고 허접한 글이 된 것 같아 이전 글은 내리고 38번 문항에 대한 의문만 남깁니다.
사실 진지한 의미의 이의제기는 아닙니다. 애초에 7월 교육청 시험이기도 하고 출제자의 입장을 추론해보자면 그것도 역시 그럴듯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에 흥미글이라고 써둔 것이구요.
바로 3번 선지 때문입니다.
오답률 57%를 기록한 문제이며, 문법 문항에서는 가장 높은 오답률이었습니다. EBSi 기준 오답률이므로 실제 오답률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지다'와 '갖다'는 본말과 준말의 관계에 있습니다. 그에 따라 <보기>의 '내디디다/내딛다, 서투르다/서툴다' 등은 모두 앞말이 본말, 뒷말이 준말입니다.
이때 <보기>에서 제시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연결될 때에는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입니다.
여기서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란, 쉽게 말해서 ㅇ으로 시작하는 어미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었-' 같은 녀석이죠.
1번 선지를 보겠습니다. 밑줄 친 용언은 '내딛었다'입니다. 어디까지가 어간이고 어디까지가 어미인가 하니 '내딛-'까지가 어간입니다. 그 뒤로는 어미입니다. 이때, '내딛-'은 '내디디다'와 '내딛다' 중에 어디의 어간일까요?
'내딛다'의 어간입니다. 준말인 '내딛다'의 어간 '내딛-'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었-'이 결합한 것이죠.
<보기>의 조건에 위배되기 때문에 정답이 됩니다.
2번, 4번, 5번 선지는 어간과 어미로 용언을 나누었을 때 모두 본말에서 온 것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매력적인 오답이었던 3번 선지를 보겠습니다.
'머물면서'의 어간은 분명 '머물-'입니다.
어? 그러면 이것은 준말을 활용한 것이 아닌가요?
맞습니다. 준말을 활용한 것이 맞지만 뒤에 결합한 어미를 잘 보셔야 합니다.
'-면서'가 결합했습니다. '-면서'는 무엇으로 시작하는 어미인가요?
자음 'ㅁ'으로 시작하는 어미입니다. 따라서 <보기>의 제약에 걸리지 않습니다.
지금부터는 음모론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원래 '-면서'는 '-(으)면서'입니다. 앞말이 자음으로 끝나냐 모음으로 끝나냐에 따라 달리 결합합니다.
앞말이 자음으로 끝나는 '먹다'의 경우에는 '먹으면서'가 됩니다.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는 '가다'의 경우에는 '가면서'가 됩니다.
그렇다면 '머물다'는요?
'머물다'는 앞말이 자음으로 끝나기 때문에 '머물으면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모음 'ㅡ'는 어간의 단모음과 연쇄되거나 'ㄹ'과 인접할 경우 탈락합니다.
보통 학교 문법, 시중의 교재, 참고서 등에서는 'ㅡ' 탈락을 용언의 어간 끝 모음 'ㅡ'가 '-아/어'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현상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ㄹ' 역시 가장 모음성이 강한 자음이므로 모음처럼 취급하여 'ㅡ' 탈락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를 보고 'ㅡ' 탈락이 어간 말 'ㄹ' 뒤에서 탈락한다는 사실을 학습자가 미리 알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로 의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보입니다. 수능 문제였다면 논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만약 첫번째 설명대로 '머물-'에 '-면서'가 결합된 것이라면 왜 '먹다'에는 '-으면서'가 결합하는지 설명되지 않습니다.
두번째 설명대로 '머물-'에 '-으면서'가 결합하고 나서 'ㅡ'가 탈락한 것이라면 이것은 준말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일단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으면서'가 결합한 후에 'ㅡ'가 탈락한 것이므로 <보기>의 설명이 잘못된 것이 됩니다.
아마 이의제기를 할 경우에 돌아올 답은 다음과 같을 겁니다.
"우리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하였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으니'는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물론 매개모음 '으'는 기본적으로 'ㄹ' 뒤에서 나타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ㅡ' 탈락의 개념이 들어와야 합니다. 아무 근거 없이 '-으면서'는 자음 뒤에 결합하지만 'ㄹ'만은 예외라고 하는 것보다 모든 자음 뒤에서 '-으면서'가 결합하지만 'ㄹ' 뒤에서는 'ㅡ' 탈락을 겪어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문법적으로 더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설명이 됩니다.
매개모음 '으'가 'ㄹ' 뒤에서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제시하는 'ㅡ' 탈락이 소수설이 아니기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수의 문법서에서는 '흔들+으니'가 '흔드니'로 되는 것에 대해 'ㅡ' 탈락으로 설명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참고하여 '머물-'에 '-면서'가 결합한다는 관점 역시 하나의 견해로 인정받는 관점이므로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두 가지의 관점이 대등하게 양립할 수 있는 현 시점에서 이 문항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으면서'와 '-면서'를 이형태라고 보았을 때, 어떤 것을 원형으로 삼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가라고 한다면 당연히 '-으면서'를 원형으로 잡는 것이 타당합니다.
'ㅡ'가 'ㄹ'이나 단모음과 연쇄될 때 탈락한다는 음운 규칙이 있기 때문이죠.
그에 비해 '-면서'를 원형으로 잡을 경우 'ㅡ'의 첨가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저 매개모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자음충돌을 막는다는 근거 하나로 갑자기 등장할 뿐이며 이마저도 'ㅡ' 탈락보다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지금까지 음모론이었습니다. 사실 답을 고르는데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는 상술한 내용 때문에 3번 선지에서 잠깐 멈추게 되었습니다. 문법적인 이견이 충분히 존재하는 이론에 대한 선지이기 때문에 충분히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3번이 오답인 이유를 <보기>에 근거해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이죠.
38번 문항에 대한 의문점 제기는 사실 어떻게든 방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문법 이론에 대한 견해 차이로 발생한 것이므로 표준국어대사전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는 이상은 문제에 이상이 있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대단히 낮습니다.
그냥 이런 견해도 있구나 하면서 흥미글로 취급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다들 7월 시험 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9월 시험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안녕하세요 피램 김민재입니다. 피램 국어 생각 워크북 판매 시작했습니다. 판매링크...
-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독점 시장 알빠노~시전해버린Www
-
인하 전전 0
여기 핵폭 각이네.. 표본 분석해보니까 여기 다군을 깔고 가나 스나 쏘는 사람들...
-
예비고3이라 1월동안 친척집에서 자면서 주말마다 대치에 현강 들으러가요 일단...
-
천천히 기다려보시오!
-
안타깝다 정말로
-
몇명인지 파악좀 하게
-
원래 의대 목표였던터라(목표에 비해 턱없이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간호도 관심이...
-
큐엔에이 자체제작 AI 모델 만든건 신박하네.. 능력 뭐지
-
오늘 폰 개통 막혀있는거 풀러 폰가게 어머니랑 같이 갔어요.근데 너무 늦게 어머니...
-
진학사 장난치나 3
진짜 이럴거면 후불로 해라
-
고대 교과 8칸 0
떨어지진 않겠지? 822로 쓸거라 이거 떨어지면 3수하는건데 조금 뽑는 과는 아님...
-
인문계열 5
아웃문계열
-
한 번 더 할까 5
예비 2번 8번은 아쉬운데
-
크흡 크허어엉 8
-
예측 컷이랑 1점 차이밖에 안 나는데 ㄱㄴ? 참고로 수원대임
-
ㅊㅊ 4
-
서성한 문과가 상위 9.7%씩이나 되는 허-접 대학일리 없잖아?
-
지금 당장 오지에 있는 고등학교로 들어가기 수능은 시대라이브 유빈으로 준비 ㅆㄱㄴ
-
이건 힝구힝구 서러버 느낌이고 이건 쉬바 내인생 우카냐 느낌이고 이건 내 뜻대로...
-
오늘업뎃없나 0
흐음이...
-
너무 심하잖아
-
노안 0
눈이 침침하고 피곤한데 이거 노안 온 건가요
-
자퇴 0
제가 반수해서 정시로 대학을 옮길것 같은데 전적대 자퇴는 언제 내면 되는지 알려주실수 있나요!?
-
질문폭탄으로 조교들 고문중인데 블랙안먹겟죠
-
Young부인과 나그네님
-
전자 세후 100억 후자 전액 장학금 교수님 뇌물수수로 학점 4점대 보장 매일...
-
ㅈㄴ 불안한데
-
지역인재는 진짜 꿀인 것 같음
-
아 0
오늘이 월요일이군요 토일월 놀러갔다와서 아빠랑 동생 집에 있길래 헷갈렸습니다 정시 지원 화이팅
-
전혀 상관없는 뱃지, 학과 달아놓고 '**과는 ~~ 하면 ## 진로로 갈 수 있으니...
-
정시 지역인재에서도 느껴야겠냐... 예전 지역인재는 그래도 아 뭐 저정도야 싶었는데...
-
이거 붙여주나 1
제발
-
3명뽑는 과고 처음에 진학 6칸 뜨길래 이게 되네 생각하다가 고속은 빨간색 뜨길래...
-
컨설팅 신청했는데 너무 늦게 잡힌거 같아서..ㅠ 설마 그때부터 하는건 아니겠죠...
-
낙지는 5칸 추합 뜨는데 너무 불안한 위치여서
-
8시에도 안 뜨면 찾아간다
-
등급 표점 언매 3 119 확통 4 115 영어 3 생윤 2 66 윤사 2 63...
-
필수이수학점말고 차이점이 뭐임?? 취업할 때 느낌이 다른가??
-
둘 중 어디가 나을까요 그리고 이유도 부탁드립니다..
-
105명 ㄷㄷ *수정 을지대, 연미래 의대는 안 나옴 아직 따라서 105 + @
-
1~2학년때는 일산에서수업듣나요 서울에서수업듣나요?
-
문관데 인공지능 학과 가면 졸업 가능한가 다군에 쓸 데 없어서 여기 쓸 것 같은데
-
노베 전문 강사가 영어 학습 관련 질문 받아드립니다. 2
안녕하세요. 저는 영포자 지도 전문 강사 겸, 문법&구문독해 지도 전문 강사...
-
몇바퀴돌거같나요 진학사는 1.5바퀴 정도 보는거같던데
-
누구 저격한건지 알겠네
-
증명사진 필요한가?
-
고>연인듯 29
기독교 수업 이거... 동생한테 세뇌를 시켜놔야하나
-
어디가시나요?
글 잘 읽었습니다. 글 다 읽고 질문이 있는데요. 관형사형 전성어미 '-(으)ㄴ'은 '-은'이 원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ㄴ'이 원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늘날의 문법 연구에서는 둘 중 하나를 기본형이라고 잡고 있지는 않으나 굳이 따진다면 매개모음 '으'가 들어간 형태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문법 현상의 설명에 있어서 더 자연스럽습니다. 관형사형 전성어미 '-(으)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먹+은=먹은
가+은=간 (단모음 간의 연쇄로 인한 'ㅡ' 탈락)
알+은=안 ('ㄹ'과 인접하여 발생하는 'ㅡ' 탈락 후 치조음 'ㄴ' 앞에서의 'ㄹ' 탈락)
위 단어들은 일반적으로 이렇게 설명합니다. '-ㄴ'을 기본형으로 삼으면 'ㅡ'의 첨가 근거를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매개모음'이라는 개념 또한 요즘의 문법 연구 경향에서는 사실 희미해지고 있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