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란 무엇인가 10편
수능에는 정말 다양한 과목이 있습니다. 제가 책을 쓰려는 국어부터 수학과 영어, 한국사, 물화생지 등의 과탐과 사탐까지. 이 다양한 과목들 중에서 어떤 과목이 제일 학습의 근본에 부합할까요? 어떤 과목이 학습을 제대로 이해해야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어떤 과목이 우리에게 가장 과학적인 사고력을 요구할까요?
정답은 ‘수능 국어’와 ‘물리’입니다.(참고로 다시 말하자면 저는 물리1, 화학1 선택자입니다)
앞으로 ‘수능 국어’에 대해서는 정말 질리도록 이야기할 예정이니 이번 시간에는 ‘물리’(이 용어는 수능물리부터 중학교, 대학교 물리까지 모든 물리 과목을 포함합니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아주 훌륭하신 선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선배는 당시 화학공학을 희망하던 저에게 기계공학을 추천해 주셨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계공학에서는 제일 어려운 4대 역학(쉽게 말하자면 물리입니다)을 배우기 때문이다’
저는 당시 이 말씀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제 선배께서는 기계공학을 학부로 나오게 되면, 나중에 어떤 과목이든 하고 싶은 다양한 분야를 마음껏 시도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그 선배는 학부를 기계공학과로 나오셨습니다. 제가 이 말씀들을 이해한 것은 재수가 끝나고 부산대학교를 잠시 재학할 때였습니다.
https://nano.pusan.ac.kr/nano/14193/subview.do
제가 당시 입학한 곳은 ‘광메카트로닉스 공학과’라고 부산대의 나노대 아래의 3개의 학과 중 한곳입니다. 거기 교수님이 정말 저랑 케미가 잘 맞는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그 교수님이 아직도 기억나는 이유는 여타 교수님들과 달리 아주 현실적인 조언과 잔소리를 해주셨었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님의 말씀을 비롯하여 저는 딱 한 학기동안 대학을 다니면서 관찰한 결과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학생이나 교수들 중에 젊어서 수학과 물리를 정말 빡세게 공부한 사람들은 나중에 성장해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젊어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사람을 예로 들자면, 나중에 대학원 또한 화학공학과 관련된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는 한계를 맞닥뜨린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화학공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학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로지 젊어서 역학을 정말 빡세게 훈련하고 공부하는 기계공학과가 가장 미래에 대해서 유연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저는 저희 학과 교수님께(앞서 언급한 그 케미가 맞는다는 분) 이야기 해드렸고, 화학공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은 제 말을 강하게 긍정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 교수님은 화학공학을 전공함으로써 갖게 되는 한계를 느끼신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자꾸 제가 화학공학을 예시로 들지만 저는 절대 특정 학과를 비하할 의도가 없습니다 ^^;;)
물리학은 제가 앞서 설명한 과학적 학습, 알고리즘을 가장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물리 문제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되어 제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겉보기에 달라보이는 다양한 문제들은 결국 몇 가지 개념과 알고리즘에 의해 해결됩니다.
(물리 문제의 대표적인 유형인 빗면문제. 저기서 변수들에는 어떤 숫자든지 들어올 수 있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toshizo&logNo=220805297138&parentCategoryNo=&categoryNo=62&viewDate=&isShowPopularPosts=true&from=search)
빗면 문제를 예로 들자면, 문제지에는 정말 다양한 빗면 문제가 출제될 수 있습니다. 마찰력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각도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 변수에 들어가는 숫자가 달라질 뿐 해결하는 방법은 똑같습니다. 숫자를 바꿈으로써 무한히 많은 문제로 출제할 순 있지만, 결국 동일한 유형은 동일한 알고리즘으로 해결됩니다.
다시 돌아와서, 왜 하필 젊어서 물리(역학)을 빡세게 공부한 학생이 나중에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을까요? 그 이유를 저는 물리라는 과목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리는 몇 가지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사고하여 똑같은 논리로 푸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력 훈련을 통해 우리는 한층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달라보이지만 다 같은 문제임을 깨닫는 ‘사고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물리라는 과목은 학습의 가장 기본요건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분명 물리를 함으로써 다양한 이점이 있겠지만, 저는 물리를 하면서 얻는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과학적 학습을 제대로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빡세게 훈련을 한 만큼 우리의 사고력과 학습능력은 향상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탄탄한 사고력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까지 손쉽게 침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반대로 가장 비과학적이고, 학습의 근본적인 성질들을 이해할 필요가 떨어지는 과목이 무엇일까요? 해당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것은 ‘지구과학’일 것입니다.(저는 비록 지구과학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구과학이라는 과목 자체는 사고력을 요하는 부분이 물리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적습니다. 내가 확실히 수많은 개념들을 외우기만 했다면 10분이고 20분이고 순식간에 풀 수 있습니다.
물리에 비해 압도적으로 외워서 푸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습을 훈련할 기회가 적습니다.(사탐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냐고 하면, 저는 이과라는 변명밖에 하지 못합니다) 지구과학을 빨리 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세웠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물리에 비해 과학적이지 못합니다.
수능 물리는 특히 자연스럽게 효율적인 생각과 알고리즘을 강요합니다. 최대한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면서 동시에 간단하게 보아야 빠르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설명하던 내용을 조금 더 간단하게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당시 재수생활 때 저랑 동갑이었던 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물리를 정말 잘했는데, 그냥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가 여태 보았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난이도로 출제가 되어도 20문제를 15분 안에 풀어제꼈는데, 한번이라도 물리1 모의고사를 푼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말인지 알 수 있을 껍니다.
그 친구가 단순히 물리에 나오는 개념들을 잘 외웠기 때문에 그런 속도가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머릿속에 알고리즘이 아주 명확하고 정확하게 형성되어 있으며 계속된 반복 훈련으로 더 효율적으로 굳혀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 친구는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학습의 근본 요건들을 잘 충족시켰기 때문에 그런 수준의 속도가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단언컨대 물리는 우리에게 가장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가르쳐줍니다.
이는 곧 왜 하필 제가 학습을 알고리즘이라고 정의하였는지 이어집니다. 컴퓨터라는 것도 결국은 수학과 물리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필 알고리즘으로 학습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27690051 - 번외편 문과와 이과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https://orbi.kr/00033799441 - 8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536482 - 9편 + <수국비> 광고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여기 후드 아닌데…개무섭네요
-
뇌가 이상해져버렷..! (숨이 뇌까지 들어차는 기분임 개쩜) 헤으ㅡㅡ읏
-
태루하루였나
-
너네때매 학원가 알바 다 차서 개백수다 엉엉
-
- 2022 수능 물리학1 만점자 106명 중 한 명 - 2022 수능 수학 백분위...
-
5~6년 전에 입시판 떠서 요즘엔 어떤지 하나도 모르겠어 1. 탐구과목 2개...
-
집도착 유후~~ 3
저를 만날 기회를 다들 놓치셨어요 사실 1시간 넘믕
-
이재명 대표 선거법 1심 선고문 보면 진짜 머리 싸맬 부분 많긴 해요. 2
아예 판사가 '동종전과'가 있음을 선고문에 써 버렸으니...무죄나 100만원 미만...
-
물2는 내년에 저것만하나요?
-
다시 자야하네 수면패턴 강제정상화
-
고대 교과 표본 0
넘 적은데 마지막날 확 들어오나요?
-
둘다 연고문 베이스로 한다고 했을때 어떤게 더 어려울까요
-
역대 계엄 사례 8
역대 계엄 사례 1) 1948.10.25.~1949.2.5. (여수·순천 10.19...
-
저번주에 인터벌 트레이닝 하고 이번에 또 인터벌 트레이닝 했는데; 힘들어서 죽는줄... 뜨아...
-
나름 반영비 30퍼는 먹고 들어가는 중요과목인데...
-
곧 정시 원서기간입니다. 요새 여러 학생들을 보며 느끼는 건데 학교/학과 선택은...
-
홍보겸 올려요~ㅋㅋㅋㅋ
-
ㅠㅠ 휴학?
-
플레이-인 (Bo3, 3라운드는 Bo5) - 결승전이 없고 3위 결정전이 있는 싱글...
-
정시로 건동홍 이상으로 대학 목표하고 있는데 과탐보다 사탐이 나을까요? 이번에...
-
서울대 대체서식 잘쓰면 bb는 받을수있나요? ㅠㅠ
-
근처 무인 프린트카페에서 하시나요? 금액이 면당 100원이네요 ㄷㄷ 200페이지...
-
이유는 저를 불합격 시킨 대학교이기 때문입니다.
-
라면먹고싶다 5
근데 너무 늦었어
-
월급루팡 ㄹㅈㄷ
-
군수해서 원하는과 가는것보다 전과가 현실적으로 가능성 있어보여서 전과 노려보려고
-
1학년 아예 안나기서 학고받았는데 그냥 자퇴하고 다니던 학과 다시 원서 넣어서 들어가도돼요??
-
나군 경한 앞표본이 굳건하네요 떨어지면 가천한 가면 된다 마인드인지라 전에는...
-
빈수레가 요란함 + 1편 뛰어넘는 2편 없음 근들갑 떨때부터 불안했는데 이건...
-
숭실대 회계학과 입학해서 cpa 트라이 VS 건대 어문이나 사과계 입학해서 cpa...
-
하…
-
내가 대학 들어와서 뭐해서 벌고 살지 반수 실패하면 뭐해서 벌고 살지 반수 성공하면...
-
피램 생각의 전개 문학 독서 둘 다 하시는 분들 계시나요?? 0
문학 원데이 독서 원데이 이렇게 매일 같이 하시나요?
-
반수할 건데 올해 수특 나오기 전에 한 번 더 풀어야 되나
-
근로계약서 쓰자고 해도 계속 미루고 돈 안떼먹는다 서운하다 이런식으로 반응해오길래...
-
한티,신논현,강남,서울,신사,디지털구로,왕십리,디지털미디어시티 아닙니다
-
반대로 생각하면 폭발할까봐 무서워 ㅠㅠ
-
서울대를 목표로 해야 그 밑인 연고라도 갈 수 있으려나.. 저희 부모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인데
-
표본분석 0
표본분석 해서 내 앞에서 빠져나갈사람 예측하는거잖아요 근데 표본이 안차서 앞애...
-
제가 재수 끝나고 문항공모 작업이랑 과외 구하는 거 말고는 11시 기상- 게임-...
-
https://orbi.kr/00070866534/ 이런 식으로 써 볼 수도 있고...
-
적어도 갈려고 하는 과에서 뭘 배우는지는 알아보세요 1
그거 안하고 그냥 생각없이 붙은 데 가면 후회합니다
-
1후~2초정도인가
-
성균관대 자유전공 전기전자 소프트웨어학부 한양대 인터칼리지 융합전자공학부 화공...
-
서울대 cc인가요?
-
군수 질문 1
육군 군수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 부탁드려요.. 23 9평 국수영생지 51114...
-
국물이 시원해서 그럼 아무튼 그럼
-
제가 며칠 전 조모상 때문에 수시 넣은 걸 최초합 이후로 확인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물리 15분컷은 무서운정도가 아닌데요
수학도 비슷하지 않나요
하앙 ㅠㅠ 님 칼럼 ㄹㅇ 개꿀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