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제를 지배하면서 푼다는 것의 의미 - 정답 특정의 원리
칼럼 인덱스 : https://orbi.kr/00043624020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문제를 지배하면서 푸는 방법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독서공부법 (1)에 나와 있는 7가지 독법에는 이 내용이 들어가지 않지만, 상당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한 문장 안에 개념어 제시'는 아마 추가했을 겁니다.)
원래 이 방법은 그리 거창한 내용이 아닙니다. 그런데 수업하다 보니 신기해 하는 학생이 많아서 글로 남겨둬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I. 들어가며
아마 "문제를 지배하면서 풀어라.", "문제에 끌려다니지 말고 능동적으로 풀어라."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그럼 도대체 문제를 지배하면서 푼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사실 제가 알려드렸던 독법 7가지나, '어차피 나오는 독서 문제' 7가지, 나오는 내용만 반복되는 문학 <보기>는 대부분 아는 내용이므로 실전에서 <보기>를 읽지 않고 푸는 방법 등도 문제를 지배하면서 푸는 것에 해당합니다. 어차피 어떤 말을 할지, 어떤 문제를 낼지 예상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전에 들려드린 적 없는 '문제를 지배하면서 푼다.'의 의미를 써보겠습니다.
해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신 적 있을 겁니다. "뭐야 결국 정답이니까 정답이다. 오답이니까 오답이다. 이런 식으로 써놓은 거 잖아?"
흔히 말하는 '사후적인 해설'에 대한 이야기도 이번 글에 담겨 있습니다. '정답 특정'이 가능한 문제 유형(소재에 대한 이해 등)에서는 답이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래 5개 중에 1개 고르는 건데.. 라는 생각을 하셨을 텐데, 그런 의미가 아니고 애초부터 그 하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문제를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오지선다형이니 5개를 낼 수밖에 없었지만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항상 하는 이야기가, "너 이거 서술형으로 나왔어도 맞힐 수 있어야 돼."입니다.
수험생 때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모의고사를 출제해보니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오답 선지 구성하는 게 더 힘들어요 ㅋㅋㅋㅋ
가끔 보면 사후적인 해설이라고 비판받는 지점은 바로 여기겠죠. 어차피 정답이 아닌데 근거를 설명하려다 보니 사후적일 수도 있는 겁니다. 실전에서는? 바로 골라주면 그만입니다.
II. 문제를 지배하면서 푼다는 것의 의미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1) 2020학년도 6월 [공생발생설]
이전 칼럼에서 보셨겠지만, 저렇게 ㄱ이 나온다는 건? ㄱ의 원리나, 이유 등 뭐가 됐든 문제로 내기 위해서입니다. '어차피 나올 문제는 정해져 있다.'라고 했었죠. 아마 ㄱ에 밑줄 그어놓고 문제 안 내면 그건 그거대로 논란일 겁니다.
ㄱ의 이유는, 바로 밑에 ~때문이었다 로 나와 있는데, 나중에 선지를 보고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여기가 중요한 포인트인데, 저렇게 대놓고 이유를 주면, 내용 일치 문제가 아닌 이상 그대로 물어보지는 않습니다. 글의 다른 부분과 엮어서 물어보겠죠. 조금 더 '나만의 말'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39번을 보고 좀 당황스러운 건 당연할 겁니다. 설명을 위해 5번을 강조해두었지만 실제 시험장에서 누가 형광펜으로 표시해줄 리는 없습니다. 잠깐 지문으로 돌아가보죠.
여기서 '정답 특정'의 원리가 쓰이는데, 제가 추가 근거를 저렇게 찾는 순간, 무조건 5번이 정답입니다.
애초부터 물어보고 싶은 게 "미토콘드리아 = 독립된 생명체 = 생명체면 자기 고유 정보 전달하지" 이런 구조였을 거라는 뜻입니다.
이 문제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는데, '정답 특정' 유형 중에서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해서 좀 힘들었죠.
이렇게 되면 다른 선지들은? '정답이 아니니까 정답이 아닌 선지'가 되는 겁니다. 여러분과 풀이 방식에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근거 하나 찾고, 추가 근거 찾으니 5번. 하지만 1, 2, 3, 4번을 매우 자신 있게 거르기 때문에 시간 측면에서 차이가 나겠죠.
(2) 2023학년도 6월 [혈액 응고]
신뢰를 드리기 위해 가장 최근 기출을 가져왔습니다. 더군다나 공생발생설 지문보다 훨씬 더 정답 특정하기가 편한 문제였습니다.
칼슘의 역설에 네모 박스가 있으니 무조건 문제를 낼 겁니다. 칼슘의 역설에 대한 설명을 보고 '나만의 말'로 정리하면? "뼈의 칼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칼슘을 열심히 섭취하는데, 정작 뼈에는 칼슘이 없네." 즉, 칼슘을 먹는데 칼슘이 부족하니까 '역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정답 특정' 후에 문제를 보면 선지가 다섯 개여도 답은 그냥 2번입니다. 1, 3, 5번은? '정답이 아니니까 정답이 아닌 선지'입니다. 애초에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었죠.
하나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통 4번에 대한 해설을 보면, 혈액 내 단백질이 칼슘과 결합했다는 것을 오답 근거로 꼽는데, 당연히 맞는 말이긴 합니다. 저 이야기는 혈액 응고 인자 활성화 얘기니까요. 그런데 그걸 짚었든 못 짚었든, '혈관 벽에 칼슘 침착'은 애초부터 묻고 싶은 게 아니었습니다. 서술형으로 나와도 맞힐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III. 마치며
이 문제들 말고도 '정답 특정'의 원리가 쓰일 수 있는 지문은 정말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한 번 기출을 보면서 연습해보시길 바랍니다. (세 문제 정도 다루려고 하니 너무 길어지네요.)
점점 더워지는 시기인데, 각자의 목표 달성을 위해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열심히 달리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로우해두시면 전 과목 칼럼 + 수기를 순차적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 외에는 잘 작성하지도 않지만, 꼭 잡담 태그를 달고 업로드하니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유익하게 보셨다면 좋아요 + 팔로우 부탁드립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아 진짜로 5
대학원 준비해볼까
-
1M 이상이면 음수 아니냐
-
가챠 타임은 언제나 도키도키! 그 결과는.....!! 카나!!! 사실 카나를 그리...
-
연고대 목표로 반수하려는데 미적에서 확통으로 바꾸는거 괜찮을까요 ㅠㅠ 공통 3틀에...
-
근데 돈 아껴야 해서 가기 싫음.. 결론: 돈 좀 주세요
-
23수능이 마지막이었는데, 그때랑 많이 차이날까요?? 저는 고1수학 유기하고...
-
이런 게 히키코모리인 거죠? 생각보다 쉬운데
-
예뻤어밖에 몰랐는데 걍 다 좋네 대박
-
탐구 추천 좀 2
화1지1 했는데 화1 개같아서 버리고 지구깔고 나머지 하나 선택해야하는데 투과목이나...
-
집에있으니깐 5
3시간째오르비중
-
물2지2로 간다
-
정시 궁금한거 0
현강 들엇던 쌤이 의대 증원 때문에 컷이 올라간거지 빵꾸 난 학교들이 많을...
-
노래 추천좀요 6
부르기 쉬운걸로
-
생윤 1컷이 1
30점대가 아니라는거에서 고인물 많은거 증명이다... 진짜 3등급 안나오면 죽는다고오 제발 ㅠ
-
뿌지지지ㅣ
-
동사 2컷 1
43일 가능성은 전혀 없을까요…?
-
리젠이 넘 느려요..
-
24수능 제가 기억하기론 5틀 5등급 25수능 0틀인데 시간 20분잡아먹음......
-
재수할때 3
학교 걸어놓고 아예 처음부터 쭉 안가면 어케돼요?? 강제퇴학인가.. 학교는...
-
수능100점만 지원 가능? 화작97인데 강민철 박석준 둘 중 하나 넣을 것 같음
-
왜케 시작하기가 싫지
-
문과에도 영향있을까요?
-
한완수 미적 상하 해봤는데 도움 받기는했으나 솔직히 몰입이 잘 안 됨
-
블프인데 0
살게없네..근데도 뭐살지 고민하는것이 나란 인간
-
나지금이미지너무이상한듯뇨
-
내신을 ㅈㄴ 열심히 해도 5 뜸 이해를 한 것 같은데 시험만 보면 뭔지 모르겠어...
-
ㅈㄴ 별로네 좀 이쁘게 만들어주지
-
덕코주세요 11
네
-
언제쯤 개강하시는지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12월 한달안에 개념강의 듣고싶은데...
-
혹시 올해 강대 반수 최소컷 얼마인지 아시는분 계신가요?
-
미련이 좀 사라짐... 그동안 그리워했던 나는 뭐였을까...염탐하길잘한듯
-
ㅈㄱㄴ
-
막상 확통이 어렵게 안나옴 24 25둘다 흠
-
짱쌔게 꼬집.. 7
-
낙찰받은지 1년은 지난거 같은데
-
제발 41점까지 품어주심 안되겠습니까?ㅠㅠ 표점증발로라도 ㅈㅂㅈㅂ 논술도 야무지게...
-
보안 문제로 아이폰 못 쓴다 이런 말도 있던데 병사한테도 해당되는 말인가요
-
세종대 정시 1
어느정도 선이 가나요.. 문과 젤 끝자락도 괜찮아요.. 성수 쪽에 살고싶다..
-
인생 망한 것 같다 13
재수생인데 수능 망침 어떻게 살아야 할질 모르겠음 하아아
-
블프 On 1
이번 달 월급 딱 대
-
오랜만에 들어갔는데 사이트 ㅇㅈ했네 아
-
방어 사주세요 9
회 먹고 싶어요
-
골반이 짱이지 4
ㄹㅇ
-
그게 나야 바 둠바 두비두밥~ ^^
-
ㅅㅂ 일이 안 끝나... 자고싶어요...
-
곧 12월이네 1
시간금방간다 시대 수강신청이 엊그제같은데 ㅋㅋ 수능 성적표를 기다리고있네
-
문과 취직 0
경영학과는 취직이 열려있나요? 철학어문은 아예 불가능이고?
-
제목 죄송합니다.. 고2 영어 모고 4-5뜨는 노베인데 강사 추천해주시면 정말...
-
최저떨인데 학교구경겸 ㅋㅋ
'지문 내용이 이러하니 이런게 정답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6평 조지고 선생님 포함한 다른 분들 칼럼 읽으면서
저 부분을 강조해주시는 것 같아
저 부분 의식하면서 6평 독서 지문 다시 봤는데
뭔가 이전까지는 못 보던 걸 볼 수 있게된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걸 알고 모르고가 차이가 큰 것 같아요!
파이팅입니다
정답 특정'이 가능한 문제 유형(소재에 대한 이해 등)
이 문제 유형이라는건 빈칸. 밑줄을 긋고 물어보는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칼럼 내용처럼 칼슘 풀면서 자신있게 넘어간 기억이 나네요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소재에 대한 이해 부분에서 흔히 나오지만
다른 문제에서도 충분히 미리 답을 생각하고 갈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1. ㄱㄴㄷㄹㅁ, abcde 주고 밑줄 주고
2. 가장 적절한 것을 물어보면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저는 서술형이란 말은 안 하고 주관식으로 답해 봐 합니다.
너무 비슷하네요 ㅋㅋ
그쵸 ㅋㅋㅋㅋㅋ ㄱㄴㄷㄹㅁ주고 문제 안내면 이의 제기 들어올 거 같아요
서술형 => 주관식도 그렇고 확실히 본질적으로는 비슷할 수밖에 없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감사해요!
뭐랄까 지문 읽다가 뭔가 딱 추론이 되면 아 이거네 ㅋㅋ 싶고, 그게 문제에 가보면 손들고 여기야 여기 이러고 있더군요
정말 달라지는게 없네요…
예전부터 너무 갓벽..
언제부터 보신 거죠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예전엔 눈팅만하다가 팔로우를 결심했답니다
과거 칼럼들 전부 정독했어요 ❤️
우와
시험장에서 이렇게 풀 수 있는 경지까지 오르도록 훈련하면 비문학도 쉽게쉽게 풀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갑자기 국어공부 하고싶어지는ㅎㅋ
격하게 감사합니다...
국어 학원인강 일절 없이 쌩독학중인데 선생님 칼럼들 도움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