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종T] 2016 수능 특강 문학 작품 감상하기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정현종)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정현종 -
그래 살아봐야지너도 나도 공이 되어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공처럼, 탄력의 나라의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지금의 네 모습처럼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
안녕하세요~! 국어 강사 유대종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배울 작품은 정현종의 <떨어져도 뛰는 공처럼>입니다.
2015 연계 교재 중에 혹시 <들판이 적막하다>라는 시 기억나시나요? (N수생들만 대답하세요 ㅋㅋㅋ)
가을 햇볕에 공기에익는 벼에눈부신 것 천지인데,그런데,아, 들판이 적막하다―메뚜기가 없다!
오 이 불길한 고요―생명의 황금 고리가 끊어졌느니…… - 정현종, <들판이 적막하다>
눈부신 시각과는 달리 메뚜기의 소리가 끊어졌습니다.
이것은 생태계의 파괴(둥근 황금 고리=생태의 완전성, 그런데 이 황금 고리가 인간으로 말미암아 파괴됨)를 암시하네요.
이것을 불길하다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생태를 걱정하는 시인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자연(생태)를 걱정하고 사랑한 정현종을 생태학적 에로스 시인이라고도 부릅니다.
근데 한 사람의 시인이 하나의 성향만 지닌 것은 아닙니다. 고은 시인만 보더라도, 존재 사유, 허무주의적 사유, 휴머니즘적 사유 등 스펙트럼이 넓은 주제를 다루는데요.
정현종 역시 그의 초기 시에서는 인간 실존의 문제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그가 등단한 60년대는 4.19 혁명이 실패한 뒤 깔려진 일종의 허무주의와 더불어 자본주의로 인해 매몰되는 주체성의 상실의 시대였고 그렇기에 실존의 회복을 다룬 작품들이 다수 발간되었습니다.
정현종 선생님은 사실 연세대학교 철학과 출신이시고, 국문학 교수로 재직하신 분이십니다.
국문학을 전공하신 분이 아님에도 시인으로 교수를 하신 어마어마한 분이십니다.
즉, 그렇기에 시에 철학적 성찰이 많이 반영이 되더라고요~ ^^
얼핏보면 앞의 시와 관련 없어보여도,
인간의 실존도 죽음을 이겨내는 생명의 방식이며, 생태 역시 생명의 구성이라는 점에서 분명 그의 전기 시와 후기 시는 맥이 닿아 있답니다.
그럼 함께~ 보시죠!
제목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살겠다.) -> (물론 더 읽어봐야 알겠으나,) 지향하는 가치가 상승에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숙명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1연 -
그래 살아봐야지너도 나도 공이 되어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 만약 이 시의 시작이 <우리, 공이 되어 올라가자!> 였다면, 사뭇 느낌이 달랐겠죠?
이미 이 시의 화자는 너와 나(인간)를 은유하는 '공'은 결국 떨어질 수 밖(죽음과 소멸)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죽음의 한계 상황을 인식한 인간은 두 가지의 선택을 하게됩니다. 신을 버리고 현재를 즐기거나, 신에 순응하며 신을 의지하거나.
하지만 정현종은 이 두 가지보다는 방황하는 과정, 아니 살아가는 과정에 집중합니다.
시작을 '그래(장그래??? 농담이고,,,,, -> 그래 내가 다시 떨어질 것을 알지만), 살아봐야지.'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볼링공은 떨어져도 다시 안 튀어올라요. 지금 보고 계신 여러분들이 공이라고 생각해보세요. ㅋㅋㅋ굉장히 무거운 공이겠네요.
즉, 이 시에서 '떨어져도 튀는 공'은 가벼운 이미지를 환기합니다.
1연의 핵심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숙명 속에서도 올라가려는 의지랍니다.
(참고) 정현종이 쓴 시 중에서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라는 시가 있어요.
사람이 풍경으로, 즉 인간이 사물화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공부하는 시에서도 너와 나(인간)이 공으로 사물화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참고로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연 -
살아봐야지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공처럼, 탄력의 나라의왕자처럼
: 1연의 1행의 내용이 2행에서 다시 반복 변주되고 있습니다.
'살아야지'라는 것과 '살아 봐야지'는 사뭇 다릅니다. '살아 본다.'에서 보조 동사 '보다'는 시행의 의미를 지닙니다.
즉, 한 번 살아 보겠다는 긍정의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답니다. 1연의 '그래'라는 다소 체념적이었던 언어가 제거되어
더 강렬한 다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2연 2행의 공은 '쓰러지는 법'이 없습니다. 깃발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이잖아요.
인간도 쓰러지면 OTL아닌가요? 그러나 바닥에 있는 공은 쓰러져 있다는 말을 안하잖아요.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원의 이미지를 그렇게도 이 시인이 좋아했나봐요.
화자는 쓰러지지 않는 삶을 소원하는 것입니다.
2연 2행에서 3행은 의도적으로 행을 갈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시 '둥근'이라는 이미지와 '공'의 이미지를 잘 환기하고 있습니다.
2연 3행과 4행도 의도적으로 행을 갈면서 왕자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2연의 핵심은 쓰러지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는 다짐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공의 이미지 : 인간 존재 비유, 숙명과 의지를 상징 혹은 환유, 둥긂과 상승의 이미지, 쓰러지는 법이 없음
3연 - 가볍게 떠올라야지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 가볍게 떠오르고자 하는 상승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시인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바람, 춤, 공' 이 세 가지를 사랑한 시인이었습니다. 모두 가벼움과 상승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 세모나 네모보다는 둥긂이 더 톡 건드리면 움직일 것 같지 않나요. 원을 생각해보세요. 아래를 지탱하는 면이 작지요. 언제나 튀어오를 준비,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즉, 3연은 공처럼 비상하는 삶, 움직이는 삶을 희구하고 있습니다.
(참고) 상승, 하강 이미지는 2010년 수능에 <승무>라는 작품과 관련된 문제로 출제된 적이 있습니다. 흐르는 빛이 상승 이미지라고 드립을 쳐서 적절하지 않은 문제에 정답이었습니다. 그러니 상승 이미지, 하강 이미지는 꼭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관련지어, 정현종의 <음악가들>이라는 시를 한 번 보시죠.
몸속에
천둥이 구르고
마음은
폭풍,
위풍,
당당.
타이타닉!
불끈
불끈
일어서는
한 거인과
많은 거인들! - 음악가들[베토벤], 정현종 -
움직임의 이미지, 상승의 이미지로 탄성을 드러내고 있지요?!!
4연 - 옳지 최선의 꼴지금의 네 모습처럼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 탄력의 나라의 왕자와 같은 공은, 화자에게 탄력이상의 탄성(감탄!)을 자아낸답니다.
옳지! 최선의 꼴(상승하면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쓰러지지도 않는 원의 꼴!)
지금의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찰나의 그 모습,
그러한 삶을 살고 싶은 화자의 희구(희망하고 바람)가 이 시에 들어있습니다.
반복이 제일 많이 된 부분이,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 이것이죠?
즉, 주제는 상승하고 움직이는 공과 같이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
P.S 1차 세계 대전 중 한 장교에게 어떤 병사가 와서 소리쳤습니다.
"큰일났습니다. 저희 군대가 동서남북 사방으로 포위를 당했습니다.
저희는 어떻게 하죠?"
그 장교는 이렇게 말합니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포위되었으니,
우리는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몽글후리스=양털후리스
-
저는 옛날기출 22 30번 만나면 ㅈㄴ어려워서 머리싸매고 20분 30분동안 풀어도...
-
납득하시려나.딴짓을 걱정하시는거 같은데.
-
4000부 판매돌파 지구과학 핵심모음자료를 소개합니다. (현재 오르비전자책 1위)...
-
한두문제 차이로 갈릴바엔 시원하게 몇문제씩으로 ㅋㅋㅋㅋ 국어 100문제 수학...
-
풀다보면 서바 문제네 싶은것들 몇개 꼭 들어가는거 같음
-
영어 상대평가하고 50분으로 줄이면 됨
-
점심 먹고 가야지
-
영어전국 0
영어전국서바 퀄이나 난이도 어떤가요?
-
어제 첨봤는데 84나왔는데 강대k 대략 컷 어느정도에서 잡히나요
-
사실 조선족의 문화라는 명분으로 추가하는거라 할말없긴함 솔직히 우리가봐도...
-
전 오히려 수능 직전 3일에 공중부양해서 뭐할지 모를거같아가지고 직전까지 학원을...
-
50일 고려대 3
9모 23233 수능 21221 남은 기간동안 정말 열심히해서 고려대에 가겠습니다...
-
솔직히 모고는 시중에 널려있어서 별 기대안하고 작년에 플레이리스트 같은 n제...
-
D-12 0
H
-
어떤 분께서 후기 작성해달라고 하셔서 작성해봅니다 제가 막 다른 IT 블로거처럼...
-
상상n제 하프모고 형식인거 푸는중인데 난이도가 쉬운 거 같아서.. 이감은 좀 더 어렵나요?
-
둘중 어디가 더 나을까여 로스쿨가고싶어서 한양이 더 좋을것같긴한데 성대 로망이 있어서리
-
부모님한테 머라 할지 추천 좀!
-
덕코모으기
-
예체능이라 5등급에서 잘하면 4만 맞추면되는데 학교선배들이 등급컷낮은 미적이나...
-
요 며칠 미적 위주로 했는데 수1 풀어도 감 떨어진 느낌이 전혀 안듦 ㅋㅋㅋ
-
더프 이감 상상 한수 서바 기준 기분 좋네요
-
오타니랑 저지 1
실력으로보면 저지가 위라고 보면되나요??
-
수학맠 풀면 흑역사가 자꾸 생각나는데 그중 하나가 반장선거 나가서 공약 말하다가...
-
한입에 털어넣으려다가 토나올 뻔
-
툽 ㄱㄱ
-
처음 풀어본건 아니고 두번째 풀어본 거임 모르는 문제 다 제끼고 아는 것만 풀었는데...
-
그냥 1이라 생각해도 되나요?? 1-sin0/1+sin0 같은거요
-
김동욱 파이널 0
수국김부터 일,취클까지 다 수강하고 혼자 기출공부하고있는데여 요즘 독해력이...
-
안녕 3
접속 안 하면 휴면계정 만든다고 협박 메일이 왔길래 와봤어 수능 며칠 안 남았지?...
-
안녕하세요 독서 칼럼 쓰는 타르코프스키입니다. 법철학에 대해 아시나요? 많은...
-
숫자 선택 고민입니다 단순하게 보기에 더 괜찮아 보인다 추천한다 싶은 숫자 투표 부탁 드립니다
-
70분 또 20틀 96 ㅈㅉㅇㅇ?
-
강k 국어랑 수학은 많이들 하는거같은데 지구는 딱히 후기가 없네 예전 강k과탐은...
-
님들 국어 0
9모, 사설 다 2~3 왔다갔다 하다가 수능날 1 뜨신분 계신가요
-
흐음 5
내일 훈련소기는 사람 맞습니다
-
테일러 0
스위프트 노래 너무 좋다ㅏㅏ진짜ㅏㅏㅏㅏㅏㅏㅏㅏ
-
평가원 이상 다른 사설 이하인가요?
-
[앵커] 이른바 '디지털 교실'을 도입하는데 열성적이었던 핀란드에서 디지털을 버리고...
-
화작 17분써서 2개틀리고 문학 꼭 현대작품 하나씩 틀리고 독서 1 독서 2 다맞고...
-
수1 양치기? 0
수2는 고민도 하고 개념도 재밌고 한데, 수1은 너무 퍼즐맞추기 같아요 양치기...
-
ㄷ이 왜 맞나요? 저 식은 미분계수가 존재하는지 물어보는 거 아닌가요? 잘...
-
나는 이미지 대신에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을 쓰고 있네
-
6모,9모 둘다 3떴습니다 지구 올해 처음해서 아직 모고는 6모 9모 밖에 친게...
-
다니다보면 이상한 사람이 너무 자주 보임 거의 하루에 한 명씩은 보는 듯? 중얼중얼...
-
독서풀다가 진빠짐..
-
스태그플레이션 킹달러현상 환율변동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세계화된 자본의 흐름으로...
-
나처럼 알레르기 있는 사람들은 지금 보면 답이 없음. 특히 국어 영어처럼 컨디션 많이 타는 과목..
-
이거 나오면 수능 국어 초토화냐
저번 글도 그렇고 정말 잘 읽고 있습니다. 문제푸는데 급급해 시가 말하고자 하는 걸 파악하지 못하고 적당적당 넘어가는 일이 많은데, 깊이 있게 배우고 가요. 죽음이나 포위 같이 부정적인 상황에 처해도 극복하려는 시인과 장교가 참 멋지네요.
잘 공부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