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출제 기조 총정리 #2
3. 22~23학년도: 선택과목 격차 줄이기와의 전쟁
22학년도는 국어 영역에 있어서 17학년도만큼이나 큰 격변이 일어난 해였습니다: 선택과목제가 도입됨에 따라 학생들은 화법과 작문 또는 신설된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었으며, 독서론 지문이 도입됨에 따라 비문학 문제 수 할당은 6-5-4가 아닌 6-4-4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택과목제는 선택과목에 따른 등급 컷, 표준점수 차이를 필연적으로 불러 왔고, 이때부터 평가원의 가장 큰 목표는 선택과목 간 차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되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독서론 지문은 난이도 자체는 낮게 출제되었으나, 낯선 유형의 등장에 따라 학생들은 당황해 2번 문제의 오답률이 50%로 측정되었습니다.
21학년도에 최초 등장한 가/나형 비문학 지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최초 등장한 지 1년이 지났기에 학생들이 적응했을 것을 의식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난이도는 21학년도의 그것보다 비교적 어렵게 출제되었습니다.
20학년도 6평에 등장했던 글의 흐름을 잘 잡아야 하는 타입의 지문이 철학 지문의 형태로 다시 등장했는데, 지문의 내용은 읽을 때에는 쉬웠으나 문제는 어렵게 출제되어 12번 문제가 60%, 13번 문제가 54%의 오답률을 기록했습니다.
학생들이 읽으며 ‘나는 온전히 이해했다!’ 라고 착각할 수 있는 지문이었다는 점에서 20학년도 6평의 거시/미시건전성 지문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난이도는 그 지문과 비교해서는 낮은 편입니다.
마지막 지문으로는 시국에 맞게 PCR 관련 지문이 등장했는데, 지문과 문제 모두 21수능의 렌더링과 비슷한 느낌으로 출제되어 보기 문제인 17번 문제는 80%의 오답률을 기록해 화작과 언매 모두에서 오답률 1위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또한 난해한 해석을 요구하는 EBS 연계 운문 문제도 어김없이 등장해 67%의 오답률을 기록해 학생들의 점수에서 3점을 빼앗아 갔으며, 고전 시가에서도 시어가 함축하는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문제가 51%의 학생들에게서 2점을 빼앗아 갔습니다.
화법과 작문은 늘 그랬듯이, 또 언어와 매체는 새로 도입된 과목이기에 양쪽 모두에서 괄목할 만한 고난도 문제는 나오지 않았으나, 최초 도입된 매체 파트의 41번 문제는 학생들에게 낯설게 다가와 50%의 오답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보이는 것과 같이, 선택과목의 난이도 차가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작과 언매 간 1등급 컷 차이는 5점까지 벌어졌습니다. 이는 평가원이 국어를 출제함에 있어서 선택과목 간 차이의 최소화를 가장 강조하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때부터, 1번~17번은 비문학, 18~34번은 문학으로 출제되는 형태가 정착되게 되었죠.
2022학년도 9평에서, 평가원은 공통과 선택과목 모두에서 난이도를 줄이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아래의 오답률 표를 보면, 이 시험의 난이도는 2019학년도 9평보다도 더 낮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22학년도 9평 언매 오답률
2022학년도 9평 화작 오답률
그러나 평가원의 이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화법과 작문은 1컷이 100점이 나왔으나 언어와 매체는 1컷이 96이 나와 화작 2컷이 언매 1컷과 비슷해질 정도로 차이가 벌어져 버린 것입니다.
선택과목 간 등급컷 조절 대실패의 적절힌 사례
평가원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고,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점수를 보시면 알 수 있다시피, 22수능 국어는 선택과목 간 등급컷 차를 줄이는 것 자체에는 매우 크게 성공한 편입니다. 그러나 보시다시피 진짜 문제는 선택과목 간 차이에 있던 것이 아니었죠,,
아래의 비문학 지문 라인업을 보면 아시겠지만, 22수능의 비문학 지문은 모두 전례가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난이도를 가진 채 출제가 되었습니다. 시험 자체의 난이도는 비슷했다 평가받는 19수능과 비교해봐도 '비문학' 의 난이도 차이는 정말 압도적이라고 평가받습니다.
역대 철학 지문 중 1티어로 꼽히는 헤겔 지문
역대 기술 지문 중 1티어로 꼽히는 어라운드뷰 지문
헤겔, 브레턴우즈, 어라운드뷰. 하나만 출제되었어도 역대급 파괴력이라 평가받았을 지문들이 뭉텅이로 출제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의 점수는 여지없이 깎여 나갔습니다. 세 지문 모두 매우 난해하고 추상적인 서술 방식을 사용하고 문제까지 고도의 추론을 요구하게끔 내 지금까지 비문학 지문 난이도의 판도를 다시 한 번 갈아 치웠습니다.
특히 EBS 연계로 출제되었던 브레턴우즈 지문은 원본이 되는 연계교재 독서 지문에서 제시된 개념을 모르고 있으면 특정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게끔 해 배경지식까지 요구를 했는데, 이 때문에 연계교재 학습은 문학에만 국한되는 분위기였던 이전까지와는 달리 23학년도부터는 비문학도 학습을 하는 경향이 생겨나기까지 했습니다.
19수능이 전 영역에서의 융단폭격으로 만들어낸 등급컷을 거의 오로지 비문학을 통해 만들어냈던 만큼, 22수능 국어의 비문학은 수능 역사상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의 난이도로 출제되었습니다. 가뜩이나 짧은 길이 때문에 쉽게 출제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접근했던 수험생들은, 자신들이 오만했음을 깨달아나가며 장렬하게 산화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문학의 난이도는 비문학의 그것에 비해서는 훨씬 쉽게 출제되었습니다. 오답률이 50%를 넘어가는 문항이 22번(53%)과 23번(59%)밖에 없었고, 두 문항 모두 운문 문학에서 시어와 구절의 심층적인 의미를 물어보는 문항으로 출제되었습니다.
그러나, 비문학에서 타올랐다 문학에서 살짝 사그라들었던 불은 선택과목(특히 화법과 작문)에서 다시 한 번 강하게 타올랐습니다.
22수능 화법과 작문 오답률 분포. 35번 이후의 문항이 다수 발견된다.
화법과 작문 기준으로 39, 40, 45번 문항이 오답률 탑 15에 올랐고, 특히 40번 문항은 화작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77%의 오답률을 기록했습니다. 언어와 매체에서도 38번(60%), 39번(52%), 41번(63%)의 오답률을 기록한 고난도 문항들이 탑 15에 들었으나, 일반적으로 언어와 매체 문제의 오답률이 화법과 작문 문제보다 훨씬 높게 찍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선택과목 간 등급컷 격차를 줄이기 위해 평가원이 화법과 작문 문제 난이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그 전략 자체는 성공해 등급컷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줄어들었으나,,,너무나도 높았던 난이도 탓에 이 사실은 사람들의 시야 밖에 나고 말았습니다.
22수능의 여파로 23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특히 국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며, 이는 23학년도 국어 시험에서 난이도에 비해 커트라인이 높게 형성되는 현상이 역대 가장 강하게 관찰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19수능 국어 이후 20학년도 6평 국어가 그랬듯이, 23학년도 6평 국어 역시 고난도 기조를 그대로 이어 나갔습니다.
22학년도 6평에서 처음 등장했던 독서론 지문은 23학년도 6평에서도 그대로 출제가 되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22학년도의 그것에 비해 23학년도 6평의 독서론 지문은 비문학으로서의 성격이 좀 더 강해졌습니다. 특히 2번 문항에서 이 성격이 두드러졌는데, 겉보기부터 비문학에서 물어보는 그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가/나형 지문은 이 유형이 첫등장했던 과거제 지문과 유사하게 역사 제재로 출제가 되었으나, 서술 방식이나 문제에서 요구하는 추론 등의 난이도 면에서는 비교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 출제되어 역사 지문임에도 불구하고 오답률 탑 15 안에 네 문항(5번-55%, 8번-61%, 9번-64%, 7번-72%)이나 올리는 기염을 토해 냈습니다.
오히려 지문이나 문제의 스타일은 21학년도 9평의 미학 지문과 비슷했으나, 이 지문보다도 훨씬 어려운 난이도로 출제되어 평가원은 이 지문을 통해 어떤 재제가 되었던 간에 고난도로 출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학생들에게 경고했습니다.
전혀 새로운 서술 방식을 도입했던 비타민K 지문
다음 비문학 지문은 과학 재제로 출제된 비타민 K 지문이었고, 이 지문에서 평가원은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서술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이전까지의 지문은 서술된 방식은 난해했을지라도 설명하는 내용은 서술된 순서에 따라 제시를 했으나, 이 지문에서는 설명하는 내용을 아예 역순으로 제시해 버렸습니다.
다시 말해, A->B->C라는 내용이 있다면 B->C를 먼저 설명한 뒤 A->B를 나중에 설명해버린 격으로, 글을 통시적으로 보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은 B->C와 A->B가 전혀 다른 내용인 줄로만 알고 있다가 문제에서 장렬하게 털려 버렸습니다.
물론 이러한 서술 방식은 가독성이 매우 떨어지기에 실제 설명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이 지문은 평가원이 변별을 위해 어떤 짓까지 벌일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지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대 평가원 기출 지문 중 평균 오답률 1위를 기록한 이중차분법 지문
다음으로 등장한 이중차분법 지문은, 마치 2020학년도 6평 거시/미시 건전성 지문과 같이 이해를 하지 못했음에도 이해를 했다고 착각하게끔, 그러면서도 난이도는 훨씬 더 상향된 형태로 출제가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히 이 세트를 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은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캐치해 그에 맞춰 글을 읽는 능력이 되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지문을 읽으면서 '정보량' 이라고 받아들일 만한 내용은 아예 없었다는 것으로, 대신 글의 내용 간 유기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앞에서 읽은 내용과 뒤에서 읽은 내용 간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것, 또 지금 읽고 있는 내용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히, 불친절하고 난해한 서술 방식, 다시 말해 접속사나 연결어 등이 존재하지 않는 서술 방식은 여기서도 유효했습니다.
이 지문의 평균 정답률은 고작 31.5%로, 첫 번째 문제인 14번 문제는 정답이 1번이었던 여파로 오답률 88%를 기록해 2020학년도 6평 미토콘드리아 지문 보기 문제가 가지고 있던 평가원 국어 역대 최저 정답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17번 문제가 어휘 문제였음에도 이 정도의 평균 정답률이 나왔다는 것은 이 세트가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증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에서는 26번(54%), 34번(58%), 31번(63%)가 오답률 50% 이상의 고난도 문항으로 출제되었습니다. 특히 31번 문항은 보기에서 제시하는 관점에서 독해를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유형으로 난이도 높게 출제되었는데, 해당 유형의 난이도 높은 기출 문항이 이전까지는 없었기에 제대로 대비를 하지 못한 학생들은 함정에 빠져 그대로 3점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난이도 높은 문학과 비문학이 지나고, 천만다행으로 선택과목은 화작과 언매 모두에서 오답률 50%가 넘어가는 고난도 문항이 없는 등 무난하게 출제되었고, 그 결과 선택과목 간 등급컷 차이는 22수능의 그것보다는 더하지만 여전히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되었습니다.
23학년도 9평은 여전히 고난도 기조를 유지하되, 22수능과 23 6평보다는 난이도가 낮도록 출제되었습니다. 1~3번의 독서론 지문은 당해 6평과는 다르게 22학년도의 기조로 비문학보다는 독서론 그 자체에 더 가까운 형태로 출제되었는데, 이는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1번부터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는 것을 고려해 보았을 때 독서론도 비문학처럼 출제한다면 학생들이 부담이 과중해지리라는 것을 의식한 평가원의 배려였다고 감히 추측해 봅니다.
가/나형 지문은 아도르노의 예술관을 다루는 예술 제재로, 6평의 그것과 서술 방식, 문제 출제 방식은 유사했으나 난이도는 유의미할 정도로 낮았습니다.
22수능 어라운드뷰와 비교해도 더 짧은 지문이다.
이후 두 개의 비문학은 마치 22수능의 그것이 연상될 정도로 길이가 짧았는데, 법 지문은 2020학년도 9평의 점유소유 지문과 같이 난해하고 불친절한 서술을 통해, 기술 지문은 2020학년도 6평의 거시/미시건전성 지문과 당해 6평의 이중차분법 지문과 같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캐치해 그에 맞춰 글을 읽는 능력을 요구함을 통해 학생들을 변별했습니다.
특히 웹페이지 지문은 기술 지문임에도 불과하고 이중차분법 지문과 같이 앞에서 읽은 내용과 뒤에서 읽은 내용 간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것, 또 지금 읽고 있는 내용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게끔 쓰여졌기에,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겠다는 생각으로 이 지문을 읽어나간 학생들은 좋은 점수를 거둘 수 없었습니다.
문학은 크게 난이도가 높게 출제되지는 않아 산문 문학에서 내용의 정확한 이해를 요구하는 식으로 출제된 29번 문제와 운문 문학에서 시어와 시구 의미의 올바른 파악을 요구하는 식으로 출제된 34번 문제가 오답률 50%를 겨우 넘는 선에서 그쳤으며, 화작과 언매 간 난이도도 큰 차이가 없으면서 언매가 근소하게 높은 정도로 출제되었습니다.
오답률 분포를 보면 알 수 있듯, 화법과 작문은 유의미한 고난도 문항이 없었던 데 반해 언어와 매체는 35번과 39번이 21수능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초고난도로 출제되었습니다. 거기에 이 시험은 고난도~초고난도 문항은 있었으나 중고난도 문항이 없고 중저난도 문항이 다수 출제된 난이도의 분포를 보여, 킬러 문항만 놓고 보았을 땐 다른 시험에 밀리지 않으나 시험의 전체적인 난이도는 결코 어렵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어렵지 않은 난이도와 선택과목 간 큰 난도 차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러분도 이제 잘 아실 테죠.
선택과목 간 등급컷 조절 대실패의 적절힌 사례 2. 언매 1컷과 화작 2컷이 비슷하다.
그 어떤 평가원 시험보다도 선택과목 간 등급컷 차이에 실패한 모습을 보여, 평가원은 22수능 때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다시 한 번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모의평가도 아닌 본수능에서 이러한 실책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화작을 고른 학생들은 100점을 받아도 언매 96점과 같은 위치에서 시작하는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죠.
출제된 문항에 대한 분석으로 돌아가자면, 1~3번 독서론 지문은 역시 당해 6평이 아닌 9평의 기조를 따랐으며, 유서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다룬 가/나형 지문은 9평과 비슷한 난이도, 또 출제 양상을 보였습니다.
위약벌에 관한 내용을 다룬 10~13번 비문학은 지문의 난이도와 서술 방식은 9평 법 지문의 그것과 비슷하게, 문제는 더 쉽게 출제되었고, 최소제곱법을 다룬 14~17번 지문은 6평의 이중차분법과 9평의 웹페이지를 합쳐 놓은 듯한 기조로 출제되었습니다.
대놓고 이중차분법 MK.2처럼 출제된 최소제곱법 지문
이 지문은 생물학과 사회학을 융합한 제재로 출제되었다는 점에서 특이했는데, 사회학적 개념이 생물학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읽지 않고 생물학적 내용, 또는 사회학적 내용에만 집중에서 읽었던 학생들은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14, 15, 16, 17번 네 가지 문제가 모두 생물학적 내용과 사회학적 내용이 합쳐진 형태로 출제되어, 이 세트는 최근의 출제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초점을 맞추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리마인드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러나 이 지문은 이중차분법에 비해서는 난이도가 낮아 웹페이지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으며, 다른 두 개의 비문학 지문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쉬웠던 9평의 그것에 비해서도 더 쉬웠다는 점에서 이 시험의 난이도를 낮추는 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험의 난이도가 낮았던 가장 큰 이유는 문학에 있는데, 위의 오답률 분포를 보면 아실 수 있듯이 문학 문제 중 오답률이 35%를 넘어가는 문제가 '단 한 문제' 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전까지의 시험에서 오답률 50%를 넘어가는 문학 문제가 적어도 2개씩, 많으면 4개 이상씩 꾸준히 등장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굉장히 쉬운 문학이었음을 알 수 있죠.
안 그래도 22수능의 존재로 인해 국어를 단련하는 데 더 큰 노력을 들였을 수험생들에게, 23수능의 공통 문항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언매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랐죠.
정답률 20% (3번 선지 선택률 52%)
합성 명사의 형태소 단위 분석을 요구한 35번 문제와 문장 성분/구조의 파악을 요구한 39번 문제는 마치 21수능의 11, 14번 문제가 생각날 정도의 교묘한 함정을 파 많은 학생들을 오답의 구렁텅이에 빠뜨렸습니다. 그나마 이 두 문제 외에 다른 고난도 문제는 없었다는 점에서 21수능 문법에 비하면 난이도는 쉽긴 했으나, 선택과목 간 등급컷 격차를 돌이킬 수 없이 벌려 놓기에는 충분한 정도로 어려웠죠.
떄마침 화법과 작문에는 22수능의 그것과 같은 고난도 문제가 일절 존재하지 않았기에, 등급컷 격차는 더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따라 평가원은 다시금 거센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고, 선택과목 간 등급컷 격차를 줄이는 것은 24학년도의 평가원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가 되었습니다.
종합하자면, 23수능은 공통과목의 난이도가 높고 화작이 언매보다 근소하게 어려워 선택과목 간 등급컷 차가 거의 없었던 22수능과는 정반대로, 공통과목의 난이도가 낮고 언매가 화작보다 훨씬 어려워 선택과목 간 등급컷 차가 극한으로 벌어진 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중상 난이도 문제의 부재에 따른 중위권과 중상위권 간 변별력 상실도 23수능 국어에 대한 주요 비판점이 되었습니다.
4. 24학년도~: 비문학 약화, 문학 강화
2023학년도 수능이 마무리된 후, 대통령실에서는 평가원에게 있어 한 가지 지시를 내렸습니다: 사교육 약화를 위해 고난도 비문학 지문과 문항으로 대표되는 일명 '킬러' 문항을 없애라는 것이 그 내용이었죠.
킬러 문항을 없앤다는 건 곧 변별력이 약화된다는 것, 그러나 평가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
이 상황에서 평가원이 택한 것은 비문학을 약화시키는 것 대신 문학을 강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비문학은 그 특성상 문제의 난이도를 높이면 사교육 조장으로 비판받기 쉬운 것은 물론, 그 비주얼까지 점점 흉악해져 킬러 문항으로 저격을 먹기 딱 좋기 때문이죠.
반면에 문학은 난이도를 높여도 겉보기에는 크게 티가 나지 않기에, 사교육 조장의 비판과 킬러 문항으로서 저격을 모두 피할 수 있다는 것이 평가원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정부로부터 위의 지시를 받은 평가원은, 바로 다가오는 24학년도 6평에서부터 비문학 약화와 문학 강화의 기조를 적용하여 출제했습니다.
위에서 제시된 24년 6평 오답률 분포 표를 보면, 오답률 상위 문항에 1번부터 17번까지의 비문학 문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에 비해 줄어들고, 18번부터 34번까지의 문학 문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전보다 크게 쉬워진 비문학을 마주해 안도했던 학생들은 예상치 못한 불문학을 얻어맞고 시험장에서 당황해야만 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문학이 이 정도 난이도로 나왔던 평가원 시험은 17학년도 이후에서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아예 09년도 정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문학이 이 정도로 어렵게 나오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는 이 시험의 등급컷에 대해 정말 다양한 의견이 오갔었습니다.
이 당시 수만휘에서 저와 국어 칼럼으로 매우 유명한 모 멘토분 둘 다 언매 기준 1등급 컷을 88~90점 사이 정도로 예측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나 까놓고 보니, 비문학이 너무 쉬웠기 때문인지, 그리고 선택과목의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 않았었기 때문인지, 실제 등급컷은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던 것에 비해 훨씬 높게 나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실에서 평가원에 전달했던 지시사항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었기에, 사람들은 이 시험은 평가원이 그냥 시험삼아서 출제해 본 결과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6평은 실험적 성격이 강한 시험이기도 하고, 국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에서도 시험적 성격을 가진 문제들이 다수 출제되었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6평이 마무리된 후 대통령실에서 대외적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평가원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이 시험이 이렇게 출제된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위 문항은 정답률이 80%인,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전혀 어렵지 않은 난이도를 가진 문항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는 이 문항을 필두로 해서, 비문학에서 다수의 킬러 문항이 출제되었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6평이 그렇게 출제된 이유에 대해서도 모든 이야기들이 밝혀지고, 앞으로 비문학 약화와 문학 강화의 기조는 필연적인 수순이 될 수밖에 없음이 밝혀진 상황.
이 상황에서 학생들은 너도나도 비문학보다는 문학 대비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평가원장이 출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이미 6평이 출제된 이후 시점에 사퇴한 초유의 혼란 상황, 그 상황에서 학생들이 유일하게 국어에 관해 예상할 수 있었던 내용은 '비문학이 약화되고 문학이 강화될 것'의 한 가지 뿐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출제된 9평 국어, 이는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예상을 벗어난 건 단 하나, 비문학이 '겉보기에는 너무나도 쉬운' 문제들을 어렵게 내는 방향으로 난이도가 높아져 출제되었다는 것이죠.
비문학을 어렵게 출제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정보량을 어마무시하게 때려박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추론을 극도로 강화시키는 것이죠.
전자의 경우 문제의 크기는 필연적으로 커져 겉보기 난이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으나, 후자의 경우는 딱히 문제의 크기가 커질 일이 없어 겉보기 난이도를 올릴 일 없이 실제 난이도를 크게 올릴 수가 있죠.
그리고 평가원은 비문학의 겉보기 난이도를 올리지 않으면서 실제 난이도는 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고, 이는 곧 추론 문항의 강화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과정은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결과는 어쨌든 이전부터 이어져오던 비문학 추론형 문항의 강화가 되어버린 모습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24년 9평 오답률 상위 비문학 문제들을 보면, 모두 비주얼적으로는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추론의 난이도가 크게 높았기에 절대로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하죠.
문학 또한 6평의 그것에 비해 난이도가 유의미하게 높아졌는데, 위의 오답률 분포를 보면 문학 번호대의 오답률은 6평과 큰 차이가 없음에 의아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6평에서 이미 문학 강화는 예고가 되었고, 그에 맞춰 학생들이 얼마나 문학 공부를 많이 했을지를 고려해보면, 그럼에도 오답률 분포가 비슷하다는 것은 실제 난이도가 매우 크게 상승했음을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시험의 종합적인 난이도는 24년 6평에 비해 훨씬 크게 올라가게 되었고, 그 결과 이 시험의 등급컷은 상당히 큰 변별력을 갖춘 형태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시험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그다지 큰 태클을 걸지 않았고, 그로 인해 학생들은 수능도 이 9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형태로 출제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이미 문학과 비문학 모두에서 상당한 수준의 변별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설마 여기서 수능이 더 어려워지겠냐는 의견이 그 당시에는 대부분을 차지했으나,,,,언제나 그랬듯, 평가원은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시험지를 내어놓고야 말았습니다.
위 사진에서 첫 번째는 19수능 국어, 두 번째는 22수능 국어,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24수능 국어의 등급컷입니다: 세 시험 모두 등급컷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이전까지 19수능 국어와 22수능 국어는 수능 국어계의 난이도 투 탑으로서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었고, 앞으로 설마 이 시험들에 비견되는 난이도의 시험지가 다시 탄생하겠냐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평가원은 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고야 말았죠,,,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듯이, 비문학의 난이도는 9평의 그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비문학이 거기서 더 어려워지면 다시 태클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기에, 이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죠.
그러나 문제는 문학과 선택과목에서 있었습니다: 문학이 9평의 그것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의 초초초고난이도로 출제되었고, 선택과목 또한 화작은 22수능, 언매는 21/23수능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의 고난이도로 출제가 되어버린 것이죠.
위에 제시된 오답률 표를 보면, 비문학 번호대의 오답률은 9평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 문학 번호대의 오답률이 9평에 비해서도 훨씬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오답률 탑 15 안에 선택과목(화작) 번호대도 다수 포함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작이 저 정도니,,언매는 말할 것도 없이 고난도로 출제되었습니다: 함정을 파 언어의 난이도를 높였던 21/23수능과 달리, 24수능의 언어는 정말 정직하게 어려워, 시간조차 많이 쓰고 틀리게 하는 방향으로 출제되었습니다.
이는 오답 선지의 선택률이 어느 한 쪽에 치우쳐지지 않고 골고루 분포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 확인을 할 수가 있죠.
위의 두 세트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 각각 '(시험이) 망해'/'할매턴우즈' 라는 밈으로까지 자리잡아버린 두 지문 세트입니다.
17~23학년도까지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문학 세트는 19학년도 6평의 '우포늪 왁새' 세트로 여겨져 왔으나, 이 세트마저도 위의 두 세트에 비하면 그저 귀여운 수준이 되어 버렸죠.
특히나 후자의 '할매턴우즈' 세트는 네 문항의 평균 정답률이 40.5%를 기록해, 36.6%의 평균 정답률을 기록한 비문학 역대 최흉의 난이도로 평가받는 22수능의 '브레턴우즈' 세트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의 고난도 지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이 모든 사항들을 종합한 결과로, 24수능 국어는 초고난도 비문학 문항 없이도 19수능/22수능과 같이 역대 평가원 고난도 국어 시험 3대장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기염을 토해내게 되었습니다.
5. 그래서 25학년도는?
25학년도에도 역시 대통령실의 킬러 약화/비문학 약화 기조에 대한 주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기에, 현재 기조에서 유의미하게 큰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제 추측입니다.
길러 문항의 배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원치 않을 상황은 바로 변별력의 상실인데, 24수능 국어로 변별력의 상실이 아니라 오히려 초강화를 보여줌으로서 평가원 입장에서는 이렇게 출제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지게 된 것이죠.
비문학 문항의 추론 강화 기조에 관해서, 개인적으로 저는 24 9평/24수능의 그것에서 더 높은 난이도로 출제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두 시험지의 비문학 문항은 이미 1컷 91이었던 20수능의 그것과 비슷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더 난이도를 높인다면 킬러 문항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문학 문항에 관해서는,,,솔직히 저는 어디까지 난이도가 높아질지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24 9평이 출제된 후 이것보다도 문학이 몇 단계 더 어려워지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으나 24수능에서 실제로 그것을 보여준 것처럼,,이후 시험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보장은 없거든요.
다만 24수능에서 이미 차고 넘치는 변별력을 확보한 전례가 있기에, 굳이 여기서 난이도를 더 높일 유인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가 제 예상(이자 희망사항)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문학보다 비문학을 훨씬 선호하고, 실력도 문학보다 비문학에 훨씬 더 자신이 있는터라,,,이번 패치로 밥줄 뺐겼어요 흑)
그렇기에, 여러분들은 앞으로의 국어 학습에서 비문학의 비중을 줄이고(정확히는 현재까지 기출된 것 이상의 난이도(Ex. 리트)를 공부하지는 말고), 문학과 선택과목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비문학의 난이도를 낮추면서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필연적으로 문학과 선택과목의 난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이미 24수능에서 보여 주었기 때문이죠.
선택과목은 기출과 고난도 사설을 모두 활용하시고, 문학은 개인적으로 10학년도 예전의 옛 기출을 활용해 공부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의 문학 기출은 매우 난이도가 높았기에, 현재의 기조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연히 EBS 문학 연계 공부의 중요성이 예전과 비교해서도 점점 커지고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죠?
마지막으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달라지지 않을, 기조가 아니라 차라리 하나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수능은 결코 고개를 돌리지 않을 것입니다.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착실하게 공부해 나가신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이 원하는 목표, 아니 그 이상도 큰 어려움 없이 성취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미소와 함께 승리의 날로 기록될 그날까지, 저 Headmaster는 항상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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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그것'은 생략하셔도 될것 같아요!
개추...개추...
기출은 봐도 봐도 맛있네요
2017년도 시험을 제외하고 정리해주신 시험을 전부 현장에서 응시해본 사람으로서 너무 공감이 가고 그때의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저는 최근처럼 문학+선택의 난이도를 올린 기조의 수능이 오히려 1등급을 받기엔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물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정) 지금이라도 열심히 공부하면 1등급 노릴법 하니까 다들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