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의 은닉층, 그리고 종교에 대하여
제목이 참 신기하죠? 딥러닝은 최근 유행하는 인공지능의 핵심 과학 기술인데, 여기에 종교를 덪붙이다니. 하지만 여러분도 제 글을 읽고 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딥러닝은 인공지능 기술 중에서도 현대에서 가장 각광받는 기술로, 대표적으로 알파고가 이 기술로 학습한 덕분에 인류 최강의 기사 이세돌 9단을 꺽고, 그야말로 CS(컴퓨터공학)의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머신러닝보다 한단계 더욱 진일보한 이 기술은, 굉장히 유용하지만 여전히 '블랙박스' 혹은 '히든 레이어'라고 불리는 암흑의 과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입력값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고, 출력값은 우리가 사용하는 것인데 대체 중간에 히든 레이어, 블랙박스가 뭔지 모르겠다! 요새는 이런 부분을 탐색하고자 XAI라고 explainable AI라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http://computing.or.kr/14593/black-box%EB%B8%94%EB%9E%99%EB%B0%95%EC%8A%A4/
잠깐 주제를 넘어가죠. 혹시 여러분 '기계교'라는 말을 들어보았나요? 일부 서브컬쳐에서 등장하는 종교인데, 아마 다들 잘 모르시겠지만 워해머 40k라고 보드게임이 태생인 방대한 스페이스 오페라? 컨텐츠가 존재합니다. 말 그대로 인류가 4만년 이후의 역사를 상상으로 풀어낸 것인데 제작자들의 참신한 발상과 흥미로운 내용, 그리고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암울한 상황 등을 잘 드러내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최근에는 이 컨텐츠 관련해서 영상과 게임이 발달하여, 단순히 보드게임으로만 즐기지 않고 저처럼(보드게임은 비쌉니다 도색도 일일이 해야하고 ^^) 값싼 소프트웨어 기술로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점점 유명해지는 꽤나 역사도 깊고, 실제 로스트 테크놀로지처럼 워낙 오래된 컨텐츠라 서로 설정충돌이나 작품 내에서 표현되는 것과 비슷하게, 아예 공식 문건이 존재하지 않아서 설정 오류가 발생하는 등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저 같은 설정덕후들이 환장하는 컨텐츠이죠.
뭔지 모르겠다면 각각 5분 혹은 10분 남짓의 영상을 한번 보시죠. 공식 영상이 아닌 것도 하나 있는데, 둘 다 굉장히 전투에 프로페셔널한 '스페이스 마린'(말 그대로 인류를 수호하는 우주해병대)의 전투를 매우 설정대로 잘 묘사하고 묵직하고 택티컬한 흥미로운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7hgjuFfn3A
https://www.youtube.com/watch?v=0EiAOUVYy8Q&pp=ygUIYXN0YXJ0ZXM%3D
서론이 길었는데 여기서 '기계교'라는 종교가 등장합니다. 말 그대로 복잡한 기계를 신성시하고 지식의 신인 옴니시아라는 신을 숭배하는 집단인데, 인류와 협동하여(인류의 분파이긴 하지만 오랜 독립 생활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 이후 재통합됨) 은하계를 지배하는 인류의 동행자입니다.
이 사람들은 소위 '머신 스프릿'이라는 것을 중시하는데, 쉽게 말해서 기계마다 기계령이라는 존재가 있으며, 그 기계령을 잘 다스리고 한을 풀어준다던지, 잘 대우해줘야 기계가 잘 작동한다는.... 웃긴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여기까지 설명했는데 눈치가 빠른 학생들은 제가 왜 기계교라는 가상의 종교와, 딥러닝 기술을 엮었는지 이해를 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지금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기술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딥러닝은 분명 매우 훌륭한 도구이지만, 그 과정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알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사주나 관상 등 우리가 과학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어느정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며 신경쓰는 분야들이 많잖아요? 저 또한 사주나 관상을 상당히 재미있게 보고 가끔 직접 보기도 하고, 관련 영상을 보기도 하는데 전 정말 그걸 믿는다기 보다는 인생을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하는지 철학적 교훈을 준다고 생각해서 그곳에 의미를 둡니다.
기계교들은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있으며 나름의 군대를 가지는 등, 상당한 자치권을 보장받는, 워해머 세계관에서 인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심입니다
https://namu.wiki/w/%EC%95%84%EB%8E%81%ED%88%AC%EC%8A%A4%20%EB%A9%94%EC%B9%B4%EB%8B%88%EC%BF%A0%EC%8A%A4
흥미롭게도 대기업, 특히 반도체 같은 인류 첨단 기술을 다루는 회사에서조차도, 과학적이고 수학적으로 최종적으로 가장 적합한 부지를 선정한 이후 뭘 하냐면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분명 초자연적인 것을 설명하지 못하고 잘 알지 못하지만, 뭔가 어렴풋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고, 뭐 엄청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니니까, 오히려 워낙 비용이 많이 든 일이니까 좀 더 좋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런 것들까지 동원해서 좋은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죠.
전 이런 경향이 딥러닝의 히든 레이어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며, 워해머 세계관의 기계교도들이 단순히 기계령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미신으로서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기계일수록 기계령은 더욱 더 예민하고 잘 삐지며, 그들을 잘 달래여야지 잘 작동한다고 믿는 것이 마치 우리가 지금 딥러닝 기술을 접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컴퓨터공학에서도 서버실, 그야말로 복잡한 기계 장치들이 밀집한 구역을 새로 만들거나 관리를 할 때는 우리가 정확한 오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불상의 원인으로 큰 재난이 이어지는 일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버실에서는 종종 아래와 같이 제사를 지내거나.... 종교인을 불러다가 의식을 치르는데 웃긴게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런 사진이 많이 존재합니다.
저도 고딩때 컴공 코딩 관련 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어서 아는데, '부정탄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뭔가 희한하게 잘 안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https://www.dogdrip.net/dogdrip/418475891?category=22526565&cpage=1
위 사람들이 아마 인류가 4만년 이후 가지게 되는 엄연한 종교인 '기계교'의 조상이 되지 않을까요? ㅎㅎ 이런 좀 웃긴 상상을 하여 자다가 급히 일어나서 글을 좀 써보았습니다.
우리는 자연 현상을 모두 다 잘 설명하지 못합니다 하물며 진화론이 정설로 여겨지지만 여전히 근본적으로 어디서 왔는지, 과거 화성이 거주 가능한 행성권역에 속해있을 때, 운석을 통해서 화성으로부터 초기의 생명체가 기원했다는 설도 있는데 그럼 화성의 생명체는 또 어디서 왔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에이리언 시리즈에서는 엔지니어라는 신적인 존재들이 인류를 만들어냈다는 소재를 통해 영화를 만들었는데 왜 엔지니어들이 에이리언이라는 생물 병기를 만들어서 인류를 몰살시키려고 했는지, 그들은 또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과학을 하지만, 단순히 시간만 왕창 때려박았다고 우연히 자연스럽게 합성된 유기물들끼리 모여서 복잡한 세포막을 형성하고 대사 활동을 하면서 내외부의 경계가 발생한 것을 완전히 우연한 일로만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좀 웃긴 생각인데 전 개인적으로 인류가 외계인이 만든 컴퓨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과거 벽화에 그린 것들은 그런 외계인을 신처럼 떠받들던, 대체 외계인들의 우주선을 이해하지 못하던 고대 인류의 기록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과거 천둥 번개가 왜 치는지 정확한 원리를 모를 때는 신이 노했다고 생각하고 두려움에 떨었으나, 이제는 그 원리를 규명하였고 결코 신이라는 분이 하늘에서 노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알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이상한 해석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점점 우리의 인지와 사고, 지식의 경계는 확장되겠지만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것은 더더욱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의학도 비슷하더군요 우리가 실제 아는 병 중에서 고칠 수 있는 병은 극소수고, 대부분은 특히 희귀병이나 난치병들은 그 원인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암 물질을 지정해두긴 하였지만 정확히 그 물질들이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인간의 세포를 공격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나 많이 존재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과학을 알면 알 수록, 오히려 자연의 신비함에 감탄하며 종교에 더 가까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단순무식하게 창조론을 믿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생물학 교수님 중에서 생물의 복잡한 구조에 탄복하며 창조론을 믿으시던 교수님도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우리가 아는 세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정확한 그 과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물며 AI도 그런데, 우리가 창조하지 않은 것들은 알아도 얼마나 알겠어요?
다만 종교를 통해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 예컨데 솔로몬 왕이 신과 연결되어 지혜를 얻게 된 것도 참선자들이나 명상가들, 종교인들의 고도의 몰입을 통해 지적 능력의 발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시도가 존재하고, 실제로 많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황농문 교수의 <몰입>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것들은 존재핢 것이기에,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답답한 마음에 종교를 믿는 과학자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군요. 흥미롭게도 위에서 말한 기계교들은 인류 최고의 기술을 다루는 과학자들이면서도 동시에 지식을 숭배하고 기계신 옴니시아를 찬양하며 기계령에게 제사를 지냅니다. 어쩌면 저 작품대로 점점 인간은 복잡한 기계와 기술에 대한 경외심으로 종교를 하나 가지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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