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 [606835] · MS 2015 · 쪽지

2016-02-25 20:51:03
조회수 592

[돛대샘] 올비에게 들려주는 문법이야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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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비야, 


난 바보인가 봐. 
아님, 철부지... 멍텅구리... 응석받이...

올비야, 

내가 살짝 올비의 생활을 엿봤단다. 
인간계에서의 올비의 모습을... 

물론 올빈, 내가 옆에 있는 줄 전혀 모르던걸. 
어쩌면 당연한 얘긴데, 난 불러주지 않으면... 

아침부터 일찍 어딜 들어가더군.
물론 나도 뒤따라 갔지. 신이 나서... 

올비야, 

화장실까진 아니야, 나도 염치가 있지.  
누가 휴대폰을 걷더구나. 그런데 왜 휴대폰을 내는 거야?

좁은 공간에 바싹 붙어 앉아 있던 올비. 
문법 세계에서 나와 함께 마음껏 뛰고 날았던 올비. 

둘다 내가 아는 올비가 맞았어. 분명히. 

올비야, 

그렇게 열심히, 진지하게 강의를 들을 줄은...
그렇게 열심히, 졸음과 잡념과 싸울 줄은...

올비야, 

허리가 아프지 않았니? 
고개 숙여 책을 읽느라 목은 아프지 않았니? 

옆에 앉은 사람에 대해선 잘 몰랐는지. 
슬쩍 부딪쳤는데도 예의 바르게 사과하더구나. 

올비야, 

수줍어하며, 선생님께 질문도 하더구나. 
친절히 설명해 준 건 맞아? 우리 올비가 묻는 건데... 우리 올빈데... 

올비야, 

난 아무 도움도, 이해도 안 되더구나. 

올비가 힘들어하는데, 잠이 오나 본데, 
누가 흔들어 깨워도 고마워 하던 올비. 

올비야, 

그래도 밥 먹을 땐 즐거워 보였어. 
피자집에 앉아 마주앉은 친구와 함께 환하게 웃더구나. 나도 웃었지. 히히!

PC방에 들어가던 너의 왠지 쓸쓸한 뒷모습... 
올비야, 나 안 봤다~. 암 머릴 식혀야지... 

올비야, 

오후 늦은 시간까지 쉼없이 공불하더구나. 
가끔씩 더디기만 한 시계를 원망스레 보기도 했지만... 

지금 하는 얘긴데, 
그때 시곌 확 돌리고 싶었는데, 꾹 참느라 나 힘들었어... 

감독 선생님이 앞에 앉아 있구... 
잠시 나갈 일이 있어도 공손히 허락을 받고... 

문제를 풀고, 공책에 정리도 하고, 정신없이... 
저런, 오늘은 몸이 안 좋아 조퇴도 하더구나.

올비야, 

상담도 하러 이곳에 왔더구나. 다닐지 말지. 
여러 가지 정볼 알아도 보고... 강의에 대해 물어보며... 

올비야, 

정말 빠듯한 일정이더구나. 

근데 올비야, 

참 이상하지. 난 올비가 걱정되면서도... 
오늘 내가 본 올빈 멋있어 보이던걸. 아니,아름다웠어. 그 무엇보다.  

올비야, 

오늘만큼은 문법 세계를 잊어도 괜찮아!
이 밤만큼은 편안한 단잠을 자길 바랄게. 

이불 꼬옥 덮고, 잘자! 

올비야...  
 

* 올비는 돛대가 오르비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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