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owTree [681600] · MS 2016 · 쪽지

2016-11-23 01: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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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밤에 할 짓 없어서 쓰는 반수생 반수 후기(긴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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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나고 이런 글 꼭 오르비에 올려보고 싶었어요!

오르비에 계신 에피,센추님들에 비할 바는 안되지만그래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또 어쩌면 하게 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써 봅니다ㅎㅎ


 제 프로필을 보면 아시다시피 저는 서강대학교를 목표로 공부를 하던 학생이었습니다고등학교 때에도그리고 반수를 하면서도 서강대학교에 진짜 가고싶었어요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 수능을 치고 가채점을 한 후에 집안 분위기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아빠저를 믿고 참 많은 지원을 해 주셨던 아빠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은 수능을 망친 저한테도 큰 상처였습니다그 얼굴이 자꾸만 생각이 나서 수능이 끝나고어영부영 성적에 맞춰 대학교를 갈 때 까지만 해도 제 목표는 &'더이상 아버지에게 실망을 안겨 드리지 말자&' 였어요. 진짜 간신히 지거국 아주 낮은 학과에 합격을 해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만솔직히 저 스스로도 아쉬움이 너무 남더라구요대학교에서의 삶에 재미를 찾지 못했고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딱 한달 대학교를 다니고 부모님께 정식으로 반수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하고 싶은 언론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지금 대학교에서의 수업에서 도무지 미래를 볼 수가 없습니다.&' 라고요그렇게 말씀 드리고 나니 부모님도 너 이 시끼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마지못해 허락을 해 주셨습니다물론 그 전부터 계속 부모님을 설득해 온 결과인 것 같아요.

그렇게 잠시잠깐 술로 다져진 인연을 뒤로 하고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선배들의 뒷담화와 험담을 묵묵히 견뎌 가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그게 5월이었어요대학교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는 체력과 개념이다 라고 생각해 대학교를 다니면서 시간표를 새롭게 짰습니다먼저 교수님들께 정중히 말씀을 드려 수업을 못 나가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그리고 기숙사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사탐수학 기본 교재(), 영어 수능특강만 죽어라 파고 저녁에 운동장 10km 러닝을 하는 스케줄을 휴학계를 내는 날 전까지 반복했습니다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았고룸메를 제외한 다른 대학교 사람들은 만나지 않았습니다사람마다 다르겠지만저는 워낙 유혹에 약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 같았거든요그렇게 한 학기 대학교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로는 독서실에서의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아침에 기상밥 먹고단어 외우고독서실에 가서 오전 열시부터 자정까지저녁때는 두시간을 빼 밥을 먹고 운동 한시간 하기. 150일을 잡고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를 하면서 제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사람은 부모님그리고 카운터에 계시는 독서실 주인 아주머니 뿐이었습니다하루 한회 마닳눈썹강의연계교재, EBS사탐주어진 시간에 빠르게 개념을 잡고 어려운 심화 공부는 하지 않았습니다제 실력을 알고 있었고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든요그냥 작년처럼 공부 안해서 틀리지 말자아는것만 다 맞추고모르는건 틀리고 오자 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공부했습니다특히 제가 수학은 거의 수만휘식 노베이스에 가까웠습니다그래서 기초로 돌아가고돌아가고 또 돌아가면서 스스로 이해가 될 때까지  개념을 읽고 문제를 풀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고도 사실 9평을 완전히 말아먹어서 난 가망이 없구나 한 사흘 펜을 놓고 있기도 했지만이내 다시 독서실로 돌아왔습니다작년같은 멘탈이었으면 그냥 와르르 무너졌을텐데올해는 그 책임이 온전히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냥 포기도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하루 하루 견뎌나갔습니다이솔루션 풀면서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처음으로 구토도 해보고수학의 명작 읽으면서 내 머리는 왜이리 나쁘냐면서 집 근처 중학교 운동장에서 울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보고 그냥 그렇게요.

그리고 수능을 쳐 보니작년보다는 많이 올랐습니다정말로.

서강대눈에 아른거리던 서강대학교는 조금 멀지만 그래도 최소한 논술 보러 가는데는 지장이 없는 점수가 나오더라구요.

사실 올해 수능 치면서 전 올해 망한 줄 알았습니다국어는 10 10분에 종이 치는 줄 알고 여유부리다가 급하게 마지막 지문 훑어서 풀고수학은 무한등비급수 문제에서 버벅거리다 20분이나 까먹고 영어는 아예 글이 안 읽혀서 식은땀을 흘리면서 풀었거든요.

근데 그 긴장되고 어려운 순간에 150일이라는 기간 동안 몸에 익혀온 그 감각이습관이 저를 살린 것 같습니다내가 어떤 공부를 했더라 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니까 마지막에 답이 보였습니다.

지난주에 서강대학교 논술을 치고 나오면서뉘엿뉘엿 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서강대학교 사진을 한 컷 찍었습니다어쩌면 이 사진은 나도 꿈을 향해서 달릴 줄 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하나의 증명서가 될 것 같습니다이 자리에 서기까지 과정또 이후에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까지도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증명서.


저는 그래서올해 제 입시에 결과를 떠나서 참 잘했어요 도장 하나 쿡 찍어주려고 합니다.


모두들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아 그리고 이자리를 빌어 션티, 승동, 리듬농구님께 진짜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책 너무너무 잘 만드셔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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