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기-1-(수능 전날~ 외국어영역) 스압?
졸려서 여기까지 밖에 못 썼네요.
수험표 받을 때부터에요 ㅋㅋㅋㅋ
수험표를 받는데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쪽지를 하나씩 나눠주셨다.
내 앞으로 온 내용은 이것
'SNU 경영 11학번 OO양! 남들보다 아픈 몸 이끌고 여기까지 와줘서 기특해~
네가 다른 능력이 너무 많아서 건강은 좀 덜 주셨나 하고 생각해.
비록 조금 유리한 위치에 있긴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진짜 농담아니라 눈물이 왈칵 나는데........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 말고도 감수성 풍부한 몇 여학생들이 울어제끼는 걸 봤다 ㅋㅋㅋㅋㅋ
전날은 정말 공부 안되더라.
수험표 받고 종례까지 했는데도 친구들이 안 가고 교실에 남아있었다.
명목은 공부였지만 될 리가 없었다.
뭐 나는 여학생인 관계로 친구들과 주로 했던 얘기는 살 성형 옷 화장품
등등등..........
사실 남들은 내가 긴장은 정말 안 하는 것 같다고, 넌 떨리지도 않냐고 장난처럼 묻는데
내가 겉으로는 B형, 속으로는 전형적인 소심 A형이라서 정말 엄청나게 떨었다.
겉으로 티 안내고 아이들이랑 웃고 떠들었지만 긴장한 탓인지 신경성인지,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점심 먹기 전에 양호실에 가서 엎드려 있었는데, 국사 책을 보다가
잠들어버렸다-_-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사실 수능 당일 배변 문제가 좀 걱정이었는데-_- (오전에 하긴 하는데 좀 불규칙해서)
그래서 변비약이라도 미리 먹을 요량으로 사놨는데 다행히 그 날 배가 아파서ㅋㅋㅋㅋ ㅋㅋㅋㅋ
폭풍 설ㅋ사ㅋ를 해댔다. 평소 같았으면 욕이라도 했겠지만 다음날을 위해서 미리 배를 비운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ㅋㅋㅋ ㅋㅋㅋ 내일 오후까지는 안 마렵겠지.
아이들이 하나둘씩 돌아가고, 나는 평소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9시까지 자습을 하기로 결정했는데,
막상 혼자 교실에 남으니 정말 외로움+막막함+허탈함+긴장감이 쓰나미로 몰려왔다.
으허허안ㅁ아허허허허헝어어엉허허허허허허어어어엉허어허엉
하고 혼자 청승맞게 통곡하고 있는데 기숙사 사는 남학우들이 저녁 먹기 전에 책을 가지러 내려왔다가
단체로 내가 곡하는 모습을 구경했다-_- ㅅㅂ 쪽팔렸지만 그 때는 정말 너무 떨려서 울기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결국 자습 포기-_- 하고 엄마 차를 타고 오는데 진짜 심장이 두근 거리는 게 멈추지를 않았다-_-;;
그날 밤에도 원래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지던 내가 11시에 누워서 1시 넘어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딱 떴을 때의 그 막막함이란........크으.............진짜 죽어도 두 번 경험하긴 싫다.
엄마는 도시락을 싸고, 난 메기 오빠의 파이널 교재를 보며 묵묵히 밥을 먹었다.
아버지와는 별로 친하지 않기에-_-; 걍 잘 갔다 올게요 하고 나와서 엄마 차를 타고 수능장으로 향했다.
아옼ㅋ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 또 폭풍 눈물 크리가 한 번 터졌다.
진짜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12년 동안 달려온 게 오늘 하루를 위해서였나, 오늘 하루면 끝나나,
싶은 마음에(사실 그 다음주가 논술 면접이라 완전히 끝은 아니었지만-_-) 또 엉어엉ㅇ어어어엉엉어엉 울어쌌다.
그래도 너무 울면 눈 따가워서 졸리울까봐 자제하며 꾹꾹 참아댔다.
고사장에 도착했는데, 예상외로 담임선생님이 계셨다-_-;;
여학생들이 두 고사장으로 갈렸는데, 한 반에 3~5명씩만 내 고사장으로 배정받았기 때문에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평소에 나에게 잔소리하던 모습이 아니라 ㅋㅋㅋ 정말 포근한 웃음으로 안아주시는데 또 눈물날 뻔 했다.
550점 받아올게요!!!!!!!! 하고 억지로 쎈척하며 들어가는데 진짜 기분 이상하더라.
울면 안되는데 울컥하고.........아.......................
왠지 너무 질질 끄는 것 같아 재미없으니 바로 1교시 언어영역으로 들어간다.
헐
어려웠다.
6, 9, 수능 중에 제일 어려웠다. (사실 2011학년도 대수능이 당해 모의고사에 비해 언수외 난이도가 조금 높았다.)
차분히 풀었다. 시간이 걸렸던 지문은 역법(태양력 나오던 ㅠㅠㅠㅠ 죽여버릴꺼얌)과 채권? 정도였다.
사실 경제에 관해선 교과외로 공부한 게 조금 있었기 때문에 채권은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았지만
역법은 정말............내가 긴장해서 그랬는지 거의 한 문제 풀고 다시 지문 보고, 풀고 보고 풀고 보고......반복이었다.
지문에 떡하니 나와있는 문장도 찾지 못해 시간을 계속 끌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첫 교시는 무조건 잘 쳐야 한다는 압박감에 긴장이 더욱 심해졌다.
잠깐 펜을 놓고 숨을 고르고 다시 해나갔다.
사실 마지막까지 놓지 않고 본 문제는 윤동주의 시였다.
우물이 비추는 하늘이 지향하는 바?
마지막에 존재 탐구를 끝냈다?
솔직히 평소에 문제 풀던 감으로.............존재 탐구를 끝냈다 따위는 말이 안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괜히 불안했다. 왜 이것들이 지향하는 바인지 모르겠는데? 이런 심리라고 해야하나.
결국 맞긴 맞았다.
나중에 채점해보니 그 문제에 마지막에 매달리는 바람에 뒤에서 2점짜리 문제를 하나 틀렸더라.
어이없었지만 실수도 실력이리(당시엔 이렇게 생각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외국어 보기 전엔.)
수리는 생각보다 평이했다.
아니, 평이한 건 너무 평이하고 어려운 건 너무 어려웠다,
내 기억에 끝까지 나를 괴롭히던건, 16번인가에 ㄱㄴㄷ를 고르는 문제와
블럭쌓기에서 짝수로 놓인 블럭이 없도록 하는 수열 문제였다.
짝수로 놓인 블럭은 어찌어찌 하다보니 되더라. 개인적으로 작년 수능의 그 뻥뚫린 네모에 작은 사각형 채워넣기-_-
랑 비슷한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16번은, ㄱㄴ은 정말 확실했다.
ㄷ은 어떻게 판별해야 할 지 생각이 안 났다.
솔직히 아주 빨리 풀 수 있었다. x1=y1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왠지 '하나로 치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y1만을 x1로 교체해놓고 왜 안풀리지 하면서 끙끙 댔다.
별 표 쳐놓고 넘어갔다가, 마지막에 5분 정도 남았을 때 드디어!!!! x1도 y1로 바꿔주는 엄청난 진보를 이뤘다 ㅋㅋㅋㅋ
아오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네
아무튼 그렇게 하니 금방 풀리더라-_- 그래프 옮겨서 기울기 구하니 끝이 났다.
시간이 남아서 OMR카드에 있는 걸 가채점표에 옮겨 적었다.
그런데 종이 치고, OMR카드를 걷어가고, 시험지를 걷어가길 기다리고 있는데
펼쳐진 시험지 위에 17번(잘 기억이 안난다. 암튼 4점이었던 듯)에 답을 4번으로 표시하고,
수험표 뒤 가채점에 2라고 적어놓은 것이 보였다.
OMR에 기초해서 적은 가채점표에 2라고 적었으면..............갑자기 얼굴에 핏기가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아 어떡하지.............하고 재빨리 머리를 굴리니 감독관이 선하게 생겼더라.
'점심 드셔도 됩니다' 라고 나가려는 찰나에 붙잡고
홀수, 짝수형 표기를 안한 것 같다며 OMR를 확인하겠다고 징징댔다 ㅠㅠㅠㅠ
착한 그 분은 어머 그러세요 하면서 보여주셨고, 다행히 난 OMR에 마킹한 숫자를 가채점표에 잘못 적는 병1신이 맞았다.
헤헤 표시했네..........하고는 돌아서서 점심을 먹었다.
다행이었다. 정말 가슴이 철렁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점심은 일부러 조금만 먹었다. (그래본 적은 없지만) 문제를 풀다가 조는 인간이 되긴 싫었다.
사실 배고픈데-_- 절제하느라 힘들었다.
외국어는....................솔직히 조금 방심했다.
6, 9월이 어려웠어도, 6월은 듣기 빼고 만점, 9월은 만점이었다.
그러니까 듣기만 집중해서 들으면 뒤에는 문제 없겠찡^*^ 하며 자만을 했다.
치명적이었다.
5번을 듣고 120에 치고 넘어갔다.
8번 쯤 듣는데 갑자기,
'내가 아는 할부가 그 단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왔다. 다시 들려주지도 않는데, 미칠 것 같았다.
혹시 고도의 훼이크인가? 할부처럼 들렸지만 사실은 다른 프로그램인가? 그냥 다른 서비스인가?
360을 다 내는 게 맞나?
고민했다.
나중에 생각하자며 별표 치고 넘어갔다.
그러나 이미 마음은 불안해졌다.
독해는 확실히 불외국어였다-_-
EBS연계 지문이 많아서 가끔 눈에 띄는 것도 있었지만,
사실 나는 Final 말고는 수능특강 10주 완성 인터넷 수능..............등등등............외국어 영역은 전부 사놓고 손도 안댔다-_-;;;;;;;
수능 한달 전부터 아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이렇게 쉬운 지문이 수능에 나오겠어>< 히힛><'
하며 안 봤다. 개 후회되더라. 사실 그걸 보는 건 다른 문제를 푸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되새겼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3점짜리 미친 추론문제는 다 맞았다.
독해를 틀렸다. 그것도 EBS 파이널에서 내가 틀렸던 문제를 또!!!!!!!!!!!!!!!!!!!!!!!!!!!!!!!!!!!!!!!!!!!!!
나는 멍청이였다-_-;;; 사실 처음에 '어? 이거 익숙한데...........' 이러곤 대충 풀다가 1과 4를 연결시켜놓고 별표 치고 넘어갔다.
(나는 별표를 굉장히 굉장히 많이 친다-_-;;)
나중에 다른 문제의 마킹을 끝내고 듣기와 독해에 한 문제씩 남겼을 때, 선택의 기로에 섰다.
120? 360? 평가원은 정직하다. 다른 교육청처럼 낚이세여>< 하고 던지는 Fake는 상당히 적다.
나는 그것을 무시했다-_-.........내가 맞을거야...... 다른 애들 틀리라고 낸 거야.........................360에 쳤다.
이게 내가 '고쳐서 틀린' 외국어 문제다.
독해를 보는데
impressively? 말이 이상했다 ㅋㅋㅋㅋ 이게 뭐야 ㅋㅋㅋㅋ 하고 long-winded로 시험지에 체크했다.
어? 이거 내가 듄파에서 틀린 문제 같은데.................
갑자기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내가 뭘 쳐서 틀렸지? long-winded가 익숙한데........내가 그럼 이걸 체크해서 틀렸던가?
갈등됐다.
아......어제 파이널 한 번만 더 볼걸............................미친듯이 후회했다.
EBS는 진리였다-_-;;;
한번 이렇게 헷갈리게 되자 갑자기 winded에 대한 의심도 막 생기기 시작했다-_- 내가 알던 그 단어가 아닌 거 아냐?
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다.
결국 난 impressively에 마킹했다. 가채점표에 답도 옮기고, 종이 칠 때까지 그 문제를 더 보기로 하고
시험지를 펴놨다.
아닌 것 같았다. long-winded에 다른 뜻이 있을리가 없었다, 내가 잠시 미쳤었나 보다.
손을 더듬어 화이트를 찾았다.
책상 밑에 넣어놨었는데, 갑자기 손에 잡히질 않았다. 덜덜 떨면서 더듬는데 책상 위 수험표 아래에 숨어있는 게 보였다.
수험표를 들춰 화이트를 집어드는 순간 종이 쳤다.
모의고사 같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화이트를 칠하고 마킹을 했을거다.
그러나 수능이었다.
'종소리가 울린 뒤 마킹해서 부정행위로 간주되는 경우'가 제일 많다는 경고는 어제도 오늘도 들었다.
겁이 났다. 당해 년도 성적 취소..........재수하고 싶진 않았다.
머리에 손을 올렸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정말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OMR과 시험지를 걷은 감독관이 나가고
통곡을 했다.
너무 서러웠다. 생각해보니 아무도 눈치 못채게 빠르게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체크한다고 신고하는 학생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정말 엉엉 울었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까닭이었다. 정말 대성통곡을 했다.
처음보는-_- 뒷자리 여학생이 나에게 휴지를 건네줬다.
주변 애들의 표정은 '얼마나 못봤길래 저렇게 통곡을 하나..........' 였다.
근데 정말 서러웠다. 틀린 걸 확실히 알 때의 그 더러운 기분이란...........
죽고 싶었다. 이렇게 못봐서 서울대 갈 수 있을까?
물론 사탐을 완벽하게 하면 가능한 걸 알았지만 내 정신상태는 이미 메롱이었다.
메롱메롱메롱메롱......엎어져서 울다가 사탐 공부를 할 시간을 까먹었다.
서둘러서 국사 교과서를 펼쳤지만 눈물이 계속 났다.
나머지는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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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좀 자주 울어싸는 편이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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