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치] 개념을 버리고 연습부터 해라!
2002년에 서울대 공대생이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공대 02학번 신입생이 브레인 이미지를 휘날리며 퀴즈쇼에 나갔는데
그만 '감자'라는 소설의 작가가 누구인지를 맞추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지요.
김동인의 감자. 이걸 모르는 서울대 공대생?
여기에 대해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1. 단군 이래 최저학력이라더니 요즘 애들 정말 공부 안 하는구만…….
2. 서울대 뒷문으로 들어간 거 아니냐? 빵꾸 뚫려서 들어간 거지?
3. 요새 의대 광풍이라더니 서울대 공대 완전히 망했네.
그 당시 의외로 파장이 큰 사건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응? 김동인의 감자를 모르고도 수능 고득점을 했고, 서울대에 들어갔구만. 아주 훌륭해.
쉽게 말해서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학생이 있었습니다.
1. 감자의 작가 이름이 김동인이라는 것을 외웠지만 서울대에 못 들어간 학생.
2. 작가 이름은 모르지만 ‘감자’라는 소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서 서울대에 들어간 학생.
너무 단순화시켰죠? 어쨌든 망신당한 서울대생은 두 번째 케이스이네요.
94학년도부터 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었어요. 그 전까진 학력고사였습니다.
학력고사는 암기식입니다. 지식평가에 초점을 맞추었지요.
수능은 역량평가입니다. 제시문 해석 능력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학력고사에 익숙한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감자의 작가가 김동인이라는 기본적인 지식조차 모르는 서울대생이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수능이 시행된 기간이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그런데 아직도 이 생각에 갇혀 사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 개념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이런 학생들이 양산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부를 조금 해보고 모의고사를 쳐본다. 점수가 안 나온다. 그래, 학교개념으로는 부족하군, 개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개념강의를 듣고 다시 해본다. 그래도 안 나온다. 이 강의는 아닌가? 1타 선생님을 찾는다. 다시 반복한다…….
- 개념이 부족해서 틀리는 것보다 역량이 부족해서 틀리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도 문제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케이스입니다.
2. 원래 개념이 완벽하다는 주관적 인식은 성립하기 힘듭니다. 저도 수능 때 상위 0.03% 정도를 받았지만, 속으로는 내 지식의 부실함에 대해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습니다. 정말 별거 없습니다. 수능 괴수일수록 개념이 부족하다고 여깁니다. 세상에 개념이 부족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개념 장착이 되면 교수가 되겠지요. 그런데 공부가 안 되는 학생들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개념을 확실히 정립하고 연습을 시작한다고 착각을 합니다.
3. 학교/학원 선생님들이 연습보다는 개념공부를 강조한다.
조금 민감한 문제입니다. 여러분이 대학생이 되시면 많은 분들께서 과외선생님이 되실 텐데요. 과외를 하러 가면 딜레마에 빠집니다. 이렇게 외우고 풀면 공부를 잘 할 텐데……. 그런데 그런 식으로 하면 내가 할 일이 없잖아? 안되겠다. 영어문법이나 몽땅 가르쳐야겠다. 이런 식입니다. 역량강화를 위한 연습이 중요하고 개념이 중요치 않다면 선생님들은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생존 자체가 어렵습니다.
4. 연습만 하면 개념이 부실해진다고 착각을 많이 합니다. 모의고사 연습도 다 내용에 대한 공부가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것이지요.
5. 연습 자체에 겁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전한 학습을 한 뒤에 점수를 보아야 한다는 결벽증. 내가 틀렸을 경우에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 등이 이유가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개념공부가 뭐 잘못된 거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개념공부를 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역량을 연습 잘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단지 지나치게 개념공부에 치중하는 분들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연습을 통해서 제시문 분석 등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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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치] 수능 괴수를 만드는 이상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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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재미있는 칼럼 계속 노력할게요~^^
헐
저랑가치관똑같으세요ㅎ
깜놀햇네요
선생님 반갑습니다. 감사해요^^
☆좋아요☆ 감사합니다!
포켓몬님? 감사합니다^^
기출로 연습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제가 문법에서 거의 다틀리는데 여러 쌤 강의를 들어도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공부 재료는 상관없다고 봐요. 기출이든 실모든 이비에스든 일단 연습에 치중을 두고 자신의 독해력을 기르는 것 자체에 치중을 하라는 얘기지요.
문법같은 경우는 사실 기본 개념은 진짜 별거 없거든요. 거의 사회문화의 자료해석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백점맞는 학생들도 문법개념 잘 몰라요. 대충 기본적인 단어만 알고 선지를 소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문법문제를 보게되면 굉장히 복잡하지요. 답답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모르는 겁니다. 문법문제 다섯개 정도만 선별하셔서 문제를 연습장에 요약하고 선지를 하나하나 쓴다음 해설지의 해설을 다시 요약해보세요. 서서히 보이기 시작할겁니다.^^
사실 공부란게 별거 없어요. 하나하나 써보면 사람머리 달고 태어난 이상 다 이해되게 되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