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1-05-22 19: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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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이야기 번외편 - 작은 고추가 맵다

게시글 주소: https://susitest.orbi.kr/00037697676







 한국은 매우 독특한 나라입니다. 세계적으로 경제력, 군사력에 10위에 달하는 나라의 옆에 세계 국방비 지출, 경제력 1,2,3위가 다 쏠려 있습니다.(미 중 일, +러시아는 한국보다 GDP가 적지만 군사력은 강력합니다)




 원래 한반도에서 반띵을 당한 사실상 섬나라나 마찬가지인 남한 독단적으로 이러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 통일 한국은 주변국들의 강한 공포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골드만 삭스에서는 통일 한반도의 미래 2050년 GDP를 세계 2위로 예측할 정도로 강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나라가 세계구급 초강대국이 즐비했기에,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 지역별 GDP를 다른 국가에 매칭한 지도. 미국은 단순한 '나라'가 아니라 여러 개의 국가가 합쳐진 대륙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마찬가지. 비슷한 것으로는 유럽연합 정도가 있겠네요)



(미치겠네 진짜 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이거나, 혹은 약소국의 경우에는 무조건 강대국에게 굴복해야 하며, 항상 외교적으로 불리한 상황에만 놓이는가? 이것은 마치 6이 1보다 크니까 6>1 이라는 수식과 동일한 차원의 매우 단순한 계산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전쟁사 중에서도 약소국이 초강대국에 대응하여 선전한, 2차 세계대전에도 큰 의미와 영향을 미친 '겨울전쟁'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북유럽 3국은 상대적으로 기후가 인간에게 불리하고, 산악지형이 많아서 인구수도 적을 뿐더러 산업도 그다지 발전하지 못한 국가입니다. 특히 소련에 비교하자면 민망한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했었습니다.

https://keyzard.org/realtimekeyword/vlsfksem)










 특히 1939년 당시의 상황은 암울하게 짝이 없었습니다. 제가 앞선 전쟁사 시리즈에서 진주만 공습을 여러번 이야기했죠? 결국 진주만 공습이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연합국(프 영 미 등)이 전쟁에 대해서 큰 경각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굴욕적인 조약으로 탈무장을 하던 독일은, 히틀러라는 독일인들의 광적인 지도자를 맞이하면서 급격히 입장을 선회합니다. 베르사유 조약을 무효라고 주장하며 군비를 확충하기 시작했고, 주변 약소국들에게 협박을 하거나 강제로 땅을 점거, 합병해버리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격적인 행태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했습니다. 번번이 약속과 조약은 깨졌지만 여전히 연합국은 그에 상응하는 징벌적 조치를 취하지 않자, 히틀러는 자신감을 가지고 더 대담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곧 간접적으로 2차 세계대전에 휘말리게 될 국가들(독일, 소련과 국경이 양쪽으로 맞대어있는 폴란드, 이번 글의 주인공이 될 핀란드, 프랑스 독일 국경 사이에 있는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에 비해 국력이 엄청나게 약한 덴마크 등)은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만약 전쟁위협을 일찍 감지하여 미국 등의 지원이 충분히 있었다면 세계 2차대전은 초기에 이미 끝났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많은 국가들은 너무나 방심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각자 노력은 했지만, 소련과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한 국가들의 노력은 거대한 파도를 감당할 만큼 튼튼하게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핀란드에 대한 대대적인 소련군의 물량 공세를 보여주는 지도. 인구로 보나 공업력으로 보나 무장 상태로 보나 모든 것이 열세였던 핀란드는 매우 쉽게 무너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https://discover.hubpages.com/education/Top-Snipers-Of-World-War-II)









 앞서 말씀드린 폴란드(독일 소련 사이에 낑겨있던 나라)는 소련과 독일에 의해서 반으로 갈라져서 죽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소련은 마치 잇몸의 가시처럼 여기던 핀란드를 이참에 무력으로 합병하여, 자국의 영토를 늘리면서도 항구를 확보하고자 하였습니다.




 자! 그렇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다윗은 1명이었던 반해 골리앗은 1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몰려왔죠. 누가 보기에도 결말은 뻔해보였습니다.




 문제는 이런 결말이 되리라 가장 낙관적으로 예상한 국가가 바로 소련이었던 것입니다. 마치 그냥 싸움도 안하고 맨몸으로 지나가면 핀란드 따위는 몇개월 안에 다 점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별다른 준비 없이 전쟁에 돌입합니다.









 반면 핀란드는 자신이 가진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소련군을 막을 방법을 철저히 준비합니다. 우선 지도 상으로 보면 핀란드와 소련은 대단히 긴 국경으로 맞대어 있지만, 중북부 지역은 울창한 산림으로 이루어져 소련군도 그다지 많은 군대를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위 지도에서 7, 13 ARMY라고 적혀있는 맨 하단 아랫쪽이 소련군의 주공이었습니다. 당연히 핀란드도 사전에 소련 주공이 대규모로 이쪽으로 올 것을 예상하고 철저히 요새화합니다.










(소련의 시베리아 또한 세계적인 추위를 자랑하지만, 핀란드의 추위는 그것보다 더 했습니다. 또한 다행히(?) 소련군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부 우크라이나 등지의 출신이 많았고, 방한복 따위는 신경쓸 겨를도 없었습니다. 어차피 전쟁이 몇 개월은 커녕 며칠 만에 끝날 줄 알았기 때문이죠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31)










 우선 핀란드는 철저한 게릴라전을 펼칩니다. 소수가 다수를 엄청나게 피곤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이며 현대전에서도 미군조차 게릴라에 시달릴 정도로 소수가 다수를 상대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일명 '스키부대'는 스키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진군하는 소련군의 측면을 후려칩니다.




 당시 핀란드를 향한 교통로는 빈약했고 1자 형태를 띄었기에, 중간에 탱크가 주저 앉기라도 한다면 대단히 곤란한 상황이 왔습니다. 대전차 화기가 부족했던 핀란드군은 '몰로토프 칵테일'(소련의 외무장관 이름으로, 핀란드 군이 선제공격을 했다는 개소리를 당당히 발표한 장본인)이라 불리는 화염병으로 전차를 상대했습니다. 실제로 6.25 전쟁에서도 전차가 '0대' 였던 국군도 화염병과 수류탄을 이용해서 전차를 파괴하는 전과를 올렸었죠.




 소련군은 당장 진격이 멈추고 심각한 문제에 시달립니다. 시도때도 없이 공격해오는 게릴라 때문에 아군끼리 총질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밤낮없이 시달리니까 잠을 잘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혹독한 핀란드의 추위를 대비하지 못했기에 잠들면 얼어죽었습니다. 그야말로 생지옥이었죠.









(소련군 500여명을 저격한 전설적인 핀란드 국민 영웅이자, 인류사 최강의 저격수 '시모 해위해' 250명 정도는 저격총이 아닌 기관단총 등으로 사살했다 합니다

https://i0.wp.com/i.redd.it/cic1mm3uttx21.jpg?ssl=1)








 특히 그 핀란드 군 중에서도 시모 해위해라는 저격수는 다른 저격수들과 달리 망원경, 저격용 스코프를 사용하지 않고 소련군을 저격했습니다. 아마 제가 소련군이었으면 탈영했을 껍니다. 머리 잘못 쳐들면 저격당하지, 이상한 곳에서 잠들면 바로 동사하지, 밤에도 자다가 갑자기 게릴라가 와서 총을 갈겨대지, 심지어 보급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핀란드 군은 자연적인 방어선인 큰 강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요새를 만들어두었고, 정면에서 소련군을 막아서면서 지연전을 펼쳤습니다. 그러는 사이 핀란드 게릴라 스키 부대는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소련군의 옆구리를 시원하게 터뜨려주었죠.




 또한 이후에도 겨우겨우 핀란드 주요 방어선을 돌파한 후에도, 핀란드 군은 남은 섬에서 끝까지 소련군의 진격을 지연시키면서 후퇴하면서 최대한의 출혈을 강요했습니다. 대군을 동원한 소련군도 전쟁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그만큼 국력에 무리가 옵니다. 실제로 소련군은 보급을 제대로 받지도 못해서, 핀란드 군 진지를 점령했는데 마침 핀란드 취사병들이 조리하다가 방치해둔 소시지를 허겁지겁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외교전을 통해 북유럽 국가와 연합국에게 원조를 받으며 부족한 무기와 식량을 보급받았습니다.






 



(핀란드 군이 형성해둔 방어선을 향해 소련의 대군이 진격했지만, 빠르게 함락시키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피해만 누적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조공인 핀란드 북중부에 대한 공격도 개시하지만, 거기서는 역으로 핀란드가 소련군을 일부 포위섬멸 하기도 하는 등 선전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wYZQ8BVUSM&t=1544s)









 그러나 결국 근본적인 국력의 차이가 심하게 났기 때문에, 핀란드 군에게 계속 괴롭히다가 결국 공략법을 알아낸 소련군은 다른 방법을 택합니다. 매우 강력한 공군 세력을 동원하여 주요 핀란드 도시와 산업시설을 폭격하여 핀란드 군의 보급을 약화시켰고, 소련군은 재정비하여 더 많은 군대를 투입했습니다.




 놀라운 교환비로 혁혁한 전과를 올린 핀란드였지만 결국 전쟁으로 인해 국력의 한계로 달하면서 협상을 하였고, 주요 도시와 산업 시설, 인구 밀집 지역 등을 강제로 빼앗기는 조약에 서명합니다.




 그런데 매우 의미심장하게도, 이 전쟁을 히틀러가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대군에 맞서 용감히 잘 싸운 핀란드에 대한 호감을 느꼈고, 둘째로는 저런 약소국에게 대군을 투입하고도 손해를 심하게 입은 소련군을 매우 약하다고 평가하게 됩니다.




 결국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프랑스를 꿀꺽 삼킨 이후(지난번 칼럼의 마지노 요새 편), 영국을 확실히 제압하지 못한 상태에서 소련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기습적인 전면전을 일으킵니다. 핀란드 군 따위에게 고전한 소련군은 강력한 독일의 전차에 짓밟히고 금방 무너지리라 예상했기 때문이었죠.




 또한 재밌게도 독일은 핀란드에게 후한 대접을 해주었고, 추축국에도 가입하여 같이 소련을 공격했으며, 잠시동안 핀란드는 빼았겼던 자국 영토를 확보하기도 합니다. 결국 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이 밀리면서 다시 빼앗기긴 했지만요. 그러니까 겨울 전쟁 자체의 규모는 소련과 독일의 전면전보다 훨씬 작지만, 전쟁사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끼친 사건입니다.










 이처럼 비록 약소국이라 할 지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핀란드 군이 패배주의에 갇혀서 소련군이 프리패스하게 냅뒀다면, 아예 나라 자체가 합병되어 소련의 보호국으로 전락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핀란드는 약소국임에도 불구하고 소련이라는 거대한 국가에 대항하여 놀라운 전과를 이루었고, 그 결과 소련에게도 악몽을 남겼으며 다른 국가들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강대국의 입장에서는 영토가 넓은 만큼 다른 국가들과도 인접해잇는데, 약소국을 공격하다가 심한 손실을 입는 순간 다른 국가와의 전쟁에서도 뒤탈이 있을 수 있기에 함부로 소모전을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비슷하게 중국도 한국에게 함부로 공격적인 무력 행위를 하기 힘듭니다. 괜히 한국에 국력을 소모했다가는 호시탐탐 중국을 노리는 미국, 일본, 인도 등에게 두들겨 맞아서 나라가 찢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이를 전쟁 용어로 '억지력'이라고 하며, 이 억지력은 현대에서 역설적으로 평화를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때문에 각 나라들은 비록 침략 목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자 병기 개발과 국방력 강화에 많은 예산을 쏟고 있습니다.




 결국 평화는 용기와 외교, 그리고 강력한 국방력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https://orbi.kr/00027786178 - 19편 의료전선

https://orbi.kr/00028148901 - 20편 중립과 군사력


https://orbi.kr/00028250151 - 21편 장전과 방아쇠

https://orbi.kr/00028339193 - 번외편 음식

https://orbi.kr/00028397136 - 번외편 잠수함

https://orbi.kr/00028594440 - 22편 단순함과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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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32009629 - 32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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